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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관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이젠 쓸모가 없어진 수도가압장에 들어 선 윤동주 문학관. 기계실이었던 공간은 시인채라 이름 지어진 제 1전시실로 윤동주 시인의 자료들이 전시 되어있고 두개의 물탱크였던 곳 중 한.. 더보기
Missing Seoul ..... 눈이 소복소복 쌓이던 종묘도점심 먹을 곳을 찾다 마주 친 오래된 골목도낡은 우산과 북어대가리가 걸린 어느 집의 담벼락도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단골 카페 바닥의 그림자도다 그립네 그리고 이번에 이고 지고 들고 온 스무권의 책들 기억이란 사랑보다 by 오존 더보기
Memories 지나간 일, 사람, 지식 등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생각해 내는 것을 ‘기억하다’라고 한다 그 기억들 중에는 저장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기억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 가장 가슴 아프게 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Directed by Michel Gondry) 이별의 슬픔을 잊고자 그 사람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지만 그럼에도 다시 만나게 되는 연인의 이야기 반대로 잊으면 안되는 기억을 붙잡아야 하는 주인공의 사투가 -그리고 그 연출 방법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영화 ‘Memento’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자신의 상태를 이용, 기억을 왜곡한다는 .. 더보기
겨울 산책 저녁 숲 해가 함석지붕 위에 간신히 걸쳐 있을 때 숲에서는 천년 동안 불던 바람이 탈주를 시도한다 마른가지에 상처 입은 바람이 함석집 마당을 쓸면 건넌방에선 기침 소리가 비듬처럼 떨어진다 서산으로 넘어가지 못한 하루가 문고리에서 짤랑거리고 문풍지로 막아내지 못하는 미친바람은 이부자리로 파고든다 불러도 오지 않던 얼굴들이 천장의 꽃무늬로 번져 있다 낡은 전축 위로 해진 이불 홑청 위로 떨어진다 그리운 얼굴들로 얼룩진 이불은 비벼도 지워지지 않고 삶아도 빠지지 않는다 빽빽하게 서 있는 검은 나뭇가지 끝에 새들이 둥지를 튼다 바람에 묻혀온 기침 소리가 가지를 흔든다 새들은 날아가고 엉성한 둥지는 무너진다 마침내 찢기고 터진 나무의 살들이 부대끼며 타오른다 숲의 열기에 춤추는 어리고 뽀얀 깃털들, 달아난 새들이.. 더보기
코로나 時代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이문재 제 47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中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은 그늘에 가려져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아닐까 이제껏 認知하지 못한 게 마음 아픈 항상 옆에 있을 것 만 같았던 사람이 당연한 줄.. 더보기
가을의 기억 기억의 날실과 씨실들이 교차하여 마치 추억의 담요로 짜여진 듯한... 나파의 가을은 나에게 너무나 특별하다 I want little sugar in my bowl (1967) by Nina Simone 독보적인 음색(Contralto)의 소유자 Nina Simone은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블루스, 가스펠, 재즈, 포크, 알앤비등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장르의 노래를 불렀다. 흑인민권운동가로도 활약했던 그녀의 노래는 한번 들으면 빠져나오기 힘든 마력이 있어 무한반복으로 듣게된다. 적어도 나에겐... 더보기
30 그리고 33 한시간을 더 얻은 오늘 눈을 뜨니 4:35 AM Pop과 Rock을 즐겨 들었던 십대 시절 처음으로 좋아한 한국 가수 김현식 그가 부르는 ‘가리워진 길’ 은 그 보다 3년 일찍 떠난 유재하가 만든 노래이다 그의 육성이 담긴 LIVE 앨범에 수록 된 이 노래를 들으며 2020년 11월 1일을 보낸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더보기
서울의 가을 5년 남짓 다시 서울생활을 하는동안 매년 가을이 오면 꼭 가던 곳인 덕수궁 돌담길 - 정동길 외에 가을에 걷기 아름다운 다른 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종묘이다. 건축적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정전은 한참을 바라만 보아도 경의롭고 종묘안에 몇 백년 동안 유지된 울창한 숲은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 서울에서 가을을 만끽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지금은 너무나 그리운 곳. 덤으로 종묘 돌담길인 서순라길은 종묘를 닮아 소박하고 한적한 가을공기를 즐기며 걷기에 좋은 길. . . . . . . 올해는 떠날 수 없는 가을여행을 대신해 옛날 사진 속으로 들어가 본다. Comma by No Reply (2011) 더보기
回想의 斷片 - 東京 친구들이 많은 도쿄를 4년만에 방문 그들을 다 만나고 오느라 부지런히 약속잡고 틈틈이 보고 싶었던 건물들 가 보고 싶었던 공간들 좋아하는 카마쿠라까지 8박9일의 여정이 조금은 빡빡했던 다음에 가면 좀 더 천천히 여유있게 다니고 싶은 도쿄의 오래된 거리들... 더보기
여름의 맛 뜨거운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여름의 농작물들은 계절에 맞게 수분도 많고 단것들이 많다. 그 중 요즘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여섯가지. 한국은 찰옥수수가 대부분이고 요즘은 초당옥수수도 나오지만 옥수수는 역시 스위트콘이 진리. 화이트콘은 그냥 쪄먹어도 엄청 달다. 노란옥수수는 옥수수밥을 해서 버터와 간장을 넣고 비벼먹으면 바로 여름의 별미! 워낙 구황작물을 좋아하는 입맛이라 여름에 가장 맛있다는 감자를 놓칠 수 없다. 감자만 갈아 만든 감자전은 훌륭한 간식. 감자샐러드를 넣은 샌드위치는 주말 브런치로. 양파, 당근, 고추와 같이 볶아 낸 감자 볶음은 밥반찬과 술안주. 미국 마트에서 참외를 종종 마주쳤었지만 지난 번 파머스마켓에서 참외를 봤을 땐 정말 놀랐다. 수박과 쌍벽을 이루는 한국의 대표적 여름과일! 미.. 더보기
回想의 斷片 - 방콕 요즘 이곳은 인근 산불로 인한 공기상태가 최악이다 산책은 커녕 창문도 못 여는 날들이 계속되는 상황에 창가의 식물들마저 우울해 보인다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면 좀 나아질까 예전 여행 사진에서 찾은 행복한 기억의 조각들 그리고 노래 한곡... 더보기
오래 묵은 여행이야기 - 소쇄원 조선시대 별서정원인 소쇄원. 瀟 (맑을 소) 灑 (깨끗할 쇄) 園 (동산 원), 맑고 깨끗한 원림을 뜻하는 이곳을 지인찬스로 이른 아침에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5월의 원림은 초록의 나무들로 가득했고 곳곳에는 수국, 철쭉, 자목련, 단풍나무꽃등이 저마다의 색으로 반겨주었다. 기묘사화로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된 후 죽음에 이르자 양산보는 낙향하여 은둔하며 소쇄원을 지었다고 한다. 그 후 조선중기 호남 사림문화의 교류처가 되었다고 하는데... 소쇄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이곳에서. 제월당(齊月堂):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광풍각(光風閣): 비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 한국은 태풍까지 북상 중이라는데 큰 피해없이 지나가기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