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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 마지막으로 같이 간 여행이 되어버린 서울 근교의 코스모스 밭. . . . . . 노란 프리지어를 가장 좋아했던 그녀는 프리지어가 한창인 계절에 떠났다. 더보기
느린 느림 정말 느린 느림 창밖에, 목련이 하얀 봉오리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목련꽃 어린 것이 봄이 짜놓은 치약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이런, 늦잠을 잔 것이었습니다, 양치질할 새도 없이 튀어나왔습니다.그러고 보니 모든 뿌리들은 있는 힘껏 지구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태양 아래 숨어 있는 꽃은 없었습니다, 꽃들은 저마다 활짝 자기를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분명한 호객 행위였습니다. 만화방창, 꽃들이 볼륨을 끝까지 올려놓은 봄날 아침, 나는 생명에 가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서, 도심으로 빨려들어가야 했습니다, 자유로로 접어들자 차가 더 막혔습니다, 흐르는 강물보다 느렸습니다. 느린 것은 느려야 한다, 느려져야 한다고 다짐하는 내 마음뿐, 느림, 도무지 느림이 없었습니다, 자유로운 자유* 가 없는 것처럼.. 더보기
아빠와의 추억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詩. 詩人. 詩集. 2017년 1월 26일 - 겨울 물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깨었다. 꿈이 물이 되어 흐르는 것 같았다. 깊은 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소리, 해저음. 시는 하나의 해저음이다. 2017년 12월 7일 - 숲에는 나무들이 아직 돌아가지 못한 바람들을 엮어서 겨울 목도리를 짜고 있었다. 국도에서 불어오는 차들이 몰고 가는 바람 소리. 언젠가 그 바람 소리를 들으며 밤을 샌 적이 있었다. 2018년 4월 15일 ... 나는 귤을 쪼갰다. 귤 향! 세계의 모든 향기를 이 작은 몸안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맡았던 모든 향기가 밀려왔다. 아름다운, 따뜻한, 비린, 차가운, 쓴, 찬, 그리고, 그리고, 그 모든 향기. 아,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가기 전에 나는 써야 하는 시들이 몇 편 있었던 것이다... 더보기
Insomnia 지금의 내 머릿속 같은 사진. 왜 이렇게 다중노출로 찍혔는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좋아하지 않는 매뉴얼 공부 좀 해야 할 듯. 불면증이야 오래된 고질병이지만 이번엔 좀 심하다. 수명이 몇 년은 단축된 느낌. ㅠㅠ Mystery of Love by Sufjan Stevens (From Call Me by Your Name OST) 자장가 같은 느낌의 이 노래도, 수면 목장의 양들도, 재미없는 이론 책들도 소용이 없다. 음... 백과사전을 시도해 봐야 하나... 더보기
꽃 이야기 - 능소화 한국의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들... 찜통더위 열대야 소나기 안 마르는 빨래 모기와의 전쟁 어쩔 수 없이 트는 에어컨 콩국수 토마토 빙수 초당 옥수수 토요일마다 한강의 불꽃놀이 여전히 무서운 매미 허물 배롱나무 그리고 능소화. 출근길인 한남대교를 지나 한남 오거리 우회전 직전, 오른쪽에 있는 높다란 축대에 능소화가 피기 시작하면 아, 여름이구나 했던. 샌프란시스코에도 미국의 능소화가 있지만 우중충한 여름 날씨에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담장에 흐드러지게 피는 오렌지 빛깔의 꽃들은 쨍한 날씨와 더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햇빛이 강렬했던 어느 여름날, 미국에서 놀러 온 친구와 북촌에서 본, 담장과 묵빛 기와 위에 피어있는 능소화가 더욱더 이뻤던... 능소화가 나에겐 한국의 여름이다. 더보기
나무이야기 - 배롱나무 정원 가꾸는 일을 좋아하시는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적 부터 꽃과 나무와 많이 친했던 나는 자연스레 관심도 많았고 (비록 한학년 동안이었지만 특별활동반으로 원예반을 했을 정도) 많은 종류의 식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한국으로 다시 들어가서야 알게 된 나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배롱나무이다. 그 특이한 수피와 수형은 눈길을 안 줄수가 없는데 왜 몰랐었을까. 중국남부 지방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한 나무이다. 아마 내가 자랐던 예전의 서울에서는 월동하기가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의 동네 공원에도 심어져 있는 배롱나무. 7월부터 9월까지 주름이 많은 작은꽃들이 포도송이 마냥 피어나는데 핑크빛이 도는 붉은 꽃과 흰꽃이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 더보기
들꽃 작은 들꽃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불며 갖는 고민스.. 더보기
기다림 Seoul Museum of Art - October, 2014 어느 순간부터인가 창가 나무의 매미들 울음소리가 그치고 저녁 골목길엔 귀뚜라미들이 짝짓기를 하는 듯 울어대기 시작했다.등교시간 버스 정류장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여학생 마냥한국으로 돌아온 후 세번째 맞는 가을을 난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 더보기
家內手工業 (1) 재작년 12월...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유자가 들어간 무우장아찌가 나왔다. 좋아하는 유자와 피클이 만난 그맛에 반해버리고는 만들어 봐야겠다고 결심. 그 다음날 바로 마켓에 가서 유자를 찾았지만 유자는 11월 한달만 판매한단다... ㅠㅠ 그리하여 거의 1년을 기다린 후 11월 중순 즈음에 (이미 초순께에 대부분의 유자는 팔린다고) 겨우 인터넷으로 주문. 고흥 유기농 유자 5 KG 이 도착했다! 사실 한국 오면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산지에서 직접 주문해서 택배로 받아보는 것. ㅎㅎ더군다나 유자는 미국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좀 비싼편이라 박스로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다. 유자 한가득의 박스를 받고 보니 뭔가 부자가 된 기분. ㅋㅋ 일단은 유리병 두개에 채칼로 정성껏 준비한 무우로 유자맛.. 더보기
Homesick Seoul, Korea - November, 2013 Seoul, Korea - December, 2013 사람 마음이란 참... 분명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있지만 이상하게 많이 낯설다.매일 한강을 보아도 San Francisco Bay가 그리운 건 왜 일까? Homesick by Kings of Convenience I'll lose some sales and my boss won't be happybut I can't stop listening to the sound of two soft voicesblended in perfection from the reels of this record that I've found Every day there's a boy in the mirror asking m.. 더보기
감나무 Seoul - October, 2013 감나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이재무 아침마다 보는 동네 감나무.여간 탐스러운게 아니다.詩人은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이라 표현한 저 감들을 난 출근하다 말고 그 밑에 서서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싶어진다.예전 일본의 카마쿠라라는 동네에 반해버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감나무들이 많아서였다.언젠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되면 감나무를 심으리라 작정을 했었는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