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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래 묵은 여행이야기 - 청산도 남도의 절집에서 하룻밤 머물고 보길도를 가려는 계획이었다. 보길도의 부용동 원림을 걷고 도치미끝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지만 겨울의 보길도는 이동이 만만치 않다는 주지스님의 말씀에 급변경하게 된 나의 겨울 섬여행.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다도해, 남해등을 다녀왔지만 붉은 다라(대야)에 담겨있던 산낙지들이 먹물을 뿜어내는 모습에 신기해 하던 곳이 완도였는지, 통통배를 타고 멀미를 해서 화장실 들어갔다가 바다로 뻥뚫린 바닥을 보고 깜짝 놀랬던 곳이 남해의 어느 섬으로 가던 뱃길이었는지, 기억들이 조각조각 나뉘어져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다시 가고 싶었던 다도해의 섬들. 유채꽃이 만발한 청산도가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나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2월의 청산도의 모습이.. 더보기
오래 묵은 여행이야기 - New York, New York 귀국 후 첫 장기휴가를 얻어 다시 샌프란으로 놀러 온 김에 미니트립으로 뉴욕을 가기로 했다. 중학교때 거의 매일 붙어다니다시피 했던 삼총사 중 나를 뺀 두명이 동부에 살고 있어서 자연히 뉴욕에서 뭉치기로 한 것. 뉴욕여행 가기 전 나한테는 불문율처럼 꼭 구입하는 잡지가 있는데... 바로 New Yorker란 잡지이다. 주간잡지라 얇아서 출퇴근시 들고다니며 읽기에 용이할 뿐 아니라 픽션, 에세이, 북리뷰, 영화리뷰 등등 읽을거리도 풍부하다. 더군다나 매주 그 주에 뉴욕에서 접할 수 있는 온갖 문화행사 (심포니, 오페라, 콘서트, 무용, 연극, 전시회등등)에 관한 정보가 깨알같이 제공되기때문에 뉴욕여행시 나한테는 꼭 필요한 가이드북. 지난번 뉴욕을 방문했을때는 1구간만 오픈했었던지라 2구간까지 완공된 하이라.. 더보기
자작나무를 찾아서 Birch Woods, Inje - October, 2014 자작나무를 찾아서 따뜻한 남쪽에서 살아온 나는 잘 모른다 자작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대저 시인이라는 자가 그까짓 것도 모르다니 하면서 친구는 나를 호되게 후려치며 놀리기도 했지만 그래서 숲길을 가다가 어느 짓궂은 친구가 멀쑥한 백양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자작나무야, 해도 나는 금방 속고 말테지만 그 높고 추운 곳에서 떼지어 산다는 자작나무가 끝없이 마음에 사무치는 날은 눈 내리는 닥터 지바고 상영관이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식물도감을 뒤적여도 보았고 또 어떤 날은 백석과 에쎄닌과 숄로호프를 다시 펼쳐보았지만 자작나무가 책 속에 있으리라 여긴 것부터 잘못이었다 그래서 식솔도 생계도 조직도 헌법도 잊고 자작나무를 찾아서 훌쩍 떠나.. 더보기
꽃무릇은... 사랑이다 Seonunsan, Gochang - September, 2015 그 섬세하고 긴 속눈썹에 빛이 내리는 모습이 보고 싶었지만 대신 눈물이 글렁이는 모습을 보고 왔다. 내 마음까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일 것 만 같았던 산행길의 꽃무릇. 더보기
일년 전 요맘때 Labor Day Weekend, 2014 - Napa & Pt. Reyes, California 일년 전 요맘때, 미국 노동절 연휴에 난 캘리포니아의 햇볕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았을만큼 편안했던 시간들... Kenzo Estate 3200 Monticello Rd, Napa, CA Resident Evil, Street Fighter 등으로 유명한 CapCom의 CEO, Tsujimoto Kenzo가 만든 와이너리. Redd Wood 6755 Washington St, Yountville, CA Yountville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 Redd의 캐주얼 버전. 주 메뉴는 피자와 파스타. Tomales Bay Oyster Company 15479 Shoreline Hw.. 더보기
미조항 Mijohang, Namhae - March, 2015 내가 미조리에 가는 이유 지금, 누군가사람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면그 사람을 잊어버리면 그만이다.잊어버리는 일이 죽는 일보다 어려우시면궂이 잊으려 말고 그 사람을 사랑하면 그만이다.그래도 사랑하는 일이 죽는 일보다 힘드시면그 사람을 가슴에 품고 죽어버리면 그만이다.그러나 죽기 전에 꼭 남해 미조리에 한번 가 보시라.거기 누구 한 사람 만나게 되면,그리고 죽든지, 말든지 나는 모를 일이다. 오인태 너무나 한적했던 3月의 바닷가,미조항의 어느 횟집 화장실에서 만난 詩 더보기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s Gangjin Bay - December, 2014 추운 겨울바다, 가슴 시린, 먹먹한 아픔...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을때 본 영화라 너무 좋아하지만 선뜻 다시보게 되지 않는다. 대신 영화엔딩에 나왔던 노래만 무한반복. Beck -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s 더보기
2014년을 보내며 왜였을까? 블로그도 잠시 접고.머리속이 너무 복잡해서 틈날때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곤 했다. 뭔가 뒤죽박죽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지향하는 삶에 조금 더 다가갈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었음 한다. 이웃분들도 슬픈뉴스가 많았던 2014년을 보내시기 힘드셨으리라... 2015년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더보기
무량수전 앞마당에 서서 6月 연휴 첫날 일일 여행으로 다녀온 영주 부석사. 비록 많은 사람들로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보지는 못했지만안양루의 간결한 아름다움과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바라본 소백산의 풍경에 반했다.수국이 만발 할 즈음이나 사과들이 빨갛게 익을때 즈음 다시 오고 싶은 곳... 더보기
봄과 여름 사이 (Part 1) 한국 들어온 후 계속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다 요즘은 맡고 있는 Project이 마무리 단계라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주말에는 카페에서 책읽기, 오래된 골목길 쏘다니기, 친구들 만나 맛난거 먹기, 그리고 관심있는 공연 골라보기 등을 하며 늦봄을 보냈고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있다. 사회학을 공부한 심보선 시인이 사회학자로서 쓴 현대문학과 예술과 삶에 관한 책 진작에 나왔어야 했던 하이쿠 모음집. 류시화씨는 한국어로 번역한 시에 원시와 친절한 설명까지 붙였다. 책의 제목은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듯. 오래된 골목길은 언제나 정겹다. 카페의 이름 마저도. 드디어 가 본 대림 미술관. Troika의 전시를 하기에는 공간적인 아쉬움이... 쿠사마 야요이의 유명한 땡땡이 호박보다는 그녀의 회화가 훨.. 더보기
無心 언젠가 읽은 싯구절이 생각나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님 오래전 갔었던 기억에 참 좋았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나서 였을지도. 그렇게 시작 된 어느 봄날의 무계획 여행. 아침 일찍 백팩 하나 들고 떠났지만 어찌어찌하여 겨우 저녁 공양시간에야 도착한 선암사. 일주문 주위는 공사중이었다. 절밥은 많이 먹어보았지만 이번에야 처음으로 하게 된 발우 공양. 선암사의 유명한 매화들은 떨어져 버린지 오래였다. 순조의 친필 현판 '대복전'의 단청은 그 빛 바랜 색이 오랜 세월로 그윽하다. 수수한 아낙네 같은 선암사, 매 계절 다시 찾고 싶은 곳... 하늘높이 뻗어있는 편백나무숲을 지나 조계산 굴목이재의 산행을 시작했다. 물론 등산 계획이 없었기에 그냥 운동화에 약숫물 한통, 그리고 조금은 무거운 백팩과 함께 익숙치 않은 돌.. 더보기
봄날을 보내며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무작정 떠나온 여행길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산길을 걸었다 집앞 벚꽃을 미쳐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산사의 한켠에 피어있는 벚꽃은 아직 봄날이다 이른 새벽 조용히 가라앉은 경내와 나지막히 들려오는 염불과 목탁 소리 피부에 와닿는 아직은 차가운 공기는 무작정 떠나온 이번 여행의 이유이다. 결국은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