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첫 장기휴가를 얻어 다시 샌프란으로 놀러 온 김에 미니트립으로 뉴욕을 가기로 했다. 중학교때 거의 매일 붙어다니다시피 했던 삼총사 중 나를 뺀 두명이 동부에 살고 있어서 자연히 뉴욕에서 뭉치기로 한 것. 뉴욕여행 가기 전 나한테는 불문율처럼 꼭 구입하는 잡지가 있는데... 바로 New Yorker란 잡지이다. 주간잡지라 얇아서 출퇴근시 들고다니며 읽기에 용이할 뿐 아니라 픽션, 에세이, 북리뷰, 영화리뷰 등등 읽을거리도 풍부하다. 더군다나 매주 그 주에 뉴욕에서 접할 수 있는 온갖 문화행사 (심포니, 오페라, 콘서트, 무용, 연극, 전시회등등)에 관한 정보가 깨알같이 제공되기때문에 뉴욕여행시 나한테는 꼭 필요한 가이드북.
지난번 뉴욕을 방문했을때는 1구간만 오픈했었던지라 2구간까지 완공된 하이라인을 안 가볼수가 없다. 1구간, 2구간을 걷는동안 바뀌는 풍경도 좋고 휴식공간도 더 많아진, 그리고 그동안 나무, 화초들도 많이 자라 더 공원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쉬웠던것은 3구간 완공도 얼마 안 남은 시점이었지만 먼 발치에서 밖에 볼 수 없었던 점.
(※ 2006년 공사를 시작해 2009년 1구간, 2011년 2구간, 2014년 3구간을 오픈하고 2019년 6월 현재는 허드슨 야드까지의 연결을 공사중이다. 이렇듯 장기간 계획하고 공사를 해서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하이라인. 하지만 서울시가 이 도시재생공원을 벤치마킹해서 일년여만에 뚝딱 만들어 버린 서울로 7017은 너무나 많은 아쉬움이 남는 프로젝트이다. 서울시는 그렇다쳐도 MVRDV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Empire State Building은 An Affair to Remember, Sleepless in Seattle 같은 영화의 주인공들 만큼 나한테도 사연이 깊은 곳이라 이곳 전망대에서의 야경은 항상 보러간다. 높이 솟은 마천루들이 불빛으로 반짝이는 풍경은 낮의 모습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숙소를 윌리엄스버그로 잡은 덕에 뉴욕보다는 상대적로 덜 복잡한 동네를 천천히 둘러 볼수 있었다. 주말에 열리는 벼룩시장과 강너머의 뉴욕시티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었고 그 당시엔 몇개 없었던 (아직 네슬레에 팔리기 전이라) 블루바틀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Ramen Yebisu의 미소라면은 너무 맛있어서 이틀 연속으로 감.
미술관, 갤러리들이 넘쳐나는 뉴욕에서 놓치지 않고 가는 곳 중 하나인 휘트니 미술관은 American Art 작품을 중점적으로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Edward Hopper의 전시를 보기위해 갔는데 메인전시는 내 취향에서 살짝 벗어난 Jeff Koons의 작품전 이었다. 휘트니의 소장품들도 좋아라 하지만 2년마다 열리는 휘트니의 비엔날레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활동중인 신진 작가의 작품들을 선별해서 전시를 하는데 이 전시회가 아주 볼만하다. 그리고 이 기하학적인 건물을 무척 좋아하는데 바우하우스 출신의 Marcel Breuer가 설계한 건축물.
(※ 휘트니 미술관은 Renzo Piano 가 설계한 하이라인과 연결된 신축건물로 2015년 이사를 했다. Upper East Side의 Breuer건물은 지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The Met Breuer란 이름으로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9/11테러 13주기를 이틀 앞두고 Ground Zero를 찾아갔다. 지금은 추모기념비와 박물관이 있는... World Trade Center가 있던 부지에 폭포를 만들고 그 테두리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둘러져있다. 정 중앙에 있는 사각의 구멍에 마치 빨려들어가는 듯한 물길을 오랜시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후일담: 여행 후 전화기를 바닷물에 빠트리는 바람에 뉴욕에서 찍었던 수백장의 사진들이 다 날라가버렸다. 그나마 SNS에 올렸던 몇장의 사진들만 겨우 남은 2014년 9월의 뉴욕 여행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