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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더보기
  • 윤동주 문학관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 더보기
  • Missing Seoul . . . . . 눈이 소복소복 쌓이던 종묘도 점심 먹을 곳을 찾다 마주 친 오래된 골목도 낡은 우산과 북어대가리가 걸린 어느 집의 담벼락도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단골 카페 바닥의 그림자도 다 그립네 그리고 이번에 이고 지고 들고 온 스무권의 책들 기억이란 사랑보다 by 오존 더보기
  • Memories 지나간 일, 사람, 지식 등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생각해 내는 것을 ‘기억하다’라고 한다 그 기억들 중에는 저장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기억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 가장 가슴 아프게 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Directed by Michel Gondry) 이별의 슬픔을 잊고자 그 사람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지만 그럼에도 다시 만나게 되는 연인의 이.. 더보기
  • 겨울 산책 저녁 숲 해가 함석지붕 위에 간신히 걸쳐 있을 때 숲에서는 천년 동안 불던 바람이 탈주를 시도한다 마른가지에 상처 입은 바람이 함석집 마당을 쓸면 건넌방에선 기침 소리가 비듬처럼 떨어진다 서산으로 넘어가지 못한 하루가 문고리에서 짤랑거리고 문풍지로 막아내지 못하는 미친바람은 이부자리로 파고든다 불러도 오지 않던 얼굴들이 천장의 꽃무늬로 번져 있다 낡은 전축 위로 해진 이불 홑청 위로 떨어진다 그리운 얼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