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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여름 화가 둘 Giorgio Morandi (1890 - 1964)는 평생 볼로냐를 삶과 작업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는 도시를 떠나는 일도, 그림의 대상을 바꾸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의 화폭에는 병과 항아리, 상자처럼 단순하고 평범한 사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같은 사물을 끊임없이 다른 위치에 배치하고 빛과 색조에 미묘한 변화를 주면서, 익숙한 것들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했다. 그의 정물화는 그래서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이어진 조용하고 집요한 탐구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모란디의 그림을 처음 만난 곳은 SFMOMA였다. 단순한 형태와 절제된 색감으로 이루어진 그의 정물화가 이상할 만큼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전시되지 않으면서 그때의 기억도 .. 더보기
  • 이번 生에 스위스는 처음이라 - 로잔 篇 내게 로잔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본부가 있고, 루시드 폴이 유학했던 로잔 연방 공과대학 (EPFL)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도시였다. 언젠가 캠퍼스 안에 있는 SANAA가 설계한 Rolex Learning Center를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언젠가'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라고 여겼다.그런데 여행을 정하고 준비를 시작할 때, 함께 여행을 떠나는 친구가 로잔만큼은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의 나는 여러 도시를 짧게 옮겨 다니는 여행도, 동선이 비효율적인 일정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 한편에 남아 있던 작은 호기심과 친구의 바람이 겹치면서, 로잔은 자연스럽게 이번 여행의 목적지에 들어오게 되었다.그리고 그 선택은 예상보다 훨씬 큰 선물이 .. 더보기
  • 이번 生에 스위스는 처음이라 - 바젤 篇 바젤이라고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아트 바젤’이다. 도시 규모에 비해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밀집해 있어, 바젤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70년에 시작된 ‘아트 바젤’은 50여 년의 역사를 거치며 파리, 마이애미 비치, 홍콩으로 무대를 확장했고,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이번에 이처럼 예술적 에너지가 가득한 도시를 찾은 이유는 아쉽게도 미술 작품을 둘러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젤 인근에 위치한 Vitra Campus를 방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짧은 일정으로 머물렀지만, 예술의 도시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잠시 시간을 내어 바젤의 미술관 한 곳을 찾아 둘러보았다. 쿤스트뮤지엄 바젤의.. 더보기
  • 이번 生에 스위스는 처음이라 - 취리히 篇 먼 나라를 향한 여행에서 공항은 대개 그 도시와 나라를 처음 만나는 관문이다. 스위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취리히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 느껴진 청결함과 단정함은, 이후 여행 내내 이어질 스위스의 인상을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공항에서 곧바로 취리히 시내로 향했다. 바젤행 기차를 타기 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세 시간. 한 도시를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올드타운의 골목을 걸으며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찾을 수도 있다. 혹은 유명한 초콜릿 공장을 방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그 짧은 시간을 미술관 한 곳에서 보내기로 한다.석유자본이 텍사스 미술관들의 훌륭한 컬렉션을 가능하게 했듯, 부유한 나라 스위스의 미술관들 역시 .. 더보기
  • 그곳에 가고 싶었다 - Vitra Campus 건축과 가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꿈의 동산인 Vitra Campus를 다녀왔다.Basel에서 버스를 타면 20분도 채 안 걸려 캠퍼스 바로 앞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곳은 독일, 여권 지참은 필수. Vitra Haus는 비트라 가구 전시장과 함께 비트라 샵과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캠퍼스를 방문하면 아마 제일 먼저 들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 앞으로는 내가 애정하는 Garden Designer Piet Oudolf가 만든 정원, Oudolf Garten(2020)이 펼쳐져 있다. 때마침 봄꽃들이 한창 피어있어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꽃들을 찾아본다.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보고 카페에서 점심을 먹은 후 오후 3시에 시작하는 Architecture Tour에 참가했다. 영어, 독일어 또는 불어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