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시리즈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 겨울 책방 둘 작은 골목길에 숨어 있는 이 북카페는 흰여울마을 해안길의 찬바람과 번잡스러움으로부터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와 세상 아늑함으로의 순간이동이 가능한 곳이다. 고양이가 식빵을 굽듯이 유리창가에 앉아 추웠던 몸을 녹이며 이번 여행 가장 맛있는 차와 안희연 시인의 사인본과 함께 손목서가 폐점의 아쉬움을 달래 볼 수 있었다.See Sea with Book.소조한 포구마을, 장승포에 늦은 오후의 해가 내려앉을 무렵 찾은 책방익힘은 초행길인 거제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서점은 주인장의 책 큐레이션이 돋보였다. 좋은 사람과 소곤소곤 속삭이며 반나절 함께 책을 읽으면 딱이었을 그런 곳이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잠시 머물다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언젠가 .. 더보기 이 가을 詩 둘 평화로운 산책 저녁 숲길이 별안간 가을을 맞이했을 때 가을, 나를 따라온 긴 그림자 하나 문득 사실적이로구나 시퍼런 가슴도 때로 추억의 철퇴를 맞고 비틀거리는 첨탑들도 일몰 쪽으로 달려간다 이런 시간엔 돌아오는 모든 것들이 눈물겹게 보인다 입술을 적신 새 떼와 손금을 버린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 끝에 매달려 있는 저 불온한 시계추들 그래, 나는 지금 걷고 있는 중이야 그 길 끝에는 호수가 있다 빨간 닭장과 구름들이 중얼거리며 서쪽으로 가볍게 흘러가고 모든 외마디의 빛깔들이 한끝을 향해 핑핑 글썽이며 돌아오는 시간 노을의 한때를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온 물살들이 가장자리에서 입술을 반짝이네 나 좀 봐, 나 좀 봐 이런 순간에 나는 평화를 평화, 라고 솔직하게 발음해 보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교과서.. 더보기 이 여름 노래 둘 Long Way Home by Ray LaMontagne (2024) Lying in the meadow green Dangling legs in a moutain stream From the limb, we could jump right in Again and again and again and again Up in the orchard on the hill Sat right down and had our fill And though the clouds are touched with grey We know no rain will fall today So let’s take the long way home And corcle ‘round the standing stone Through the fields.. 더보기 이 여름 詩 둘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가게문을 닫고 우선 엄마를 구하자 단골이고 매상이고 그냥 다 버리자 엄마도 이젠 남의 밥 좀 그만 차리고 귀해져보자 리듬을 엎자 금(金)을 마시자 손잡고 나랑 콩국수 가게로 달려나가자 과격하게 차를 몰자 소낙비 내리고 엄마는 자꾸 속이 시원하다며 창을 내리고 엄마 엄마 왜 자꾸 나는 반복을 해댈까 엄마라는 솥과 번개 아름다운 갈증 엄마 엄마 왜 자꾸 웃어 바깥이 환한데 이 집은 대박, 콩이 진짜야 백사장 같아 면발이 아기 손가락처럼 말캉하더라 아주 낡은 콩국숫집에 나란히 앉아서 엄마는 자꾸 돌아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오이고추는 섬덕섬덕하고 입안을 푸르고 나는 방금 떠난 시인의 구절을 훔쳤다 너무 사랑해서 반복하는 입술의 윤기, 얼음을 띄운 콩국수가 두 접시 나오고 우리는 일..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읽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었고 그것이 이 책의 유일한 결말은 아니니까 가장 많은 미움을 샀던 인물처럼 나는 징검다리를 건넜다 개울에 빠져 죽었다던 그와는 달리 반대편에 잘 도착했는데 돌아보니 사방이 꽁꽁 얼어 있었고 그애는 여름에 죽었겠구나 죽은 이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모여 흐르는 땀을 연신 닦다가 미워하던 마음이 사라진 텅 빈 구멍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검고 아득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고 돌멩이를 던져볼까 아서라, 죽은 이는 다시 부르는 게 아니야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찰나에도 두부는 아주 평화롭게 구워진다 이것은 소설일까 아닐까 고개를 들면 온통 하얀 창밖과 하얗게 뒤덮인 사람들이 오고 가는 풍경 모든 것이 끝나도 어떤 마음은 .. 더보기 이 겨울 전시회 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는 그의 1940-50년대 작품 중 1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死後 유명해진 이중섭은 생전엔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캔버스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 銀紙畵 중 세 작품은 New York MoMA가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간 아내와 아들들을 그리워 하며 많은 엽서화를 남기는데 마지막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들 이름과 함께 파파 중섭이라고 사인을 했다. 끝내 가족들과 재회를 하지 못한 채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세상을 떠난 그. 이번 전시회는 화가 이중섭뿐만 아니라 인간 이중섭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지난 1월 초 다녀 온 가나자와에는 SANNA 건축(세지마 가즈요 + 나시자와 류)이 디자인 한 21세..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밤의 발자국 저녁내 펑펑 눈 쏟아지고 깊은 밤 보안등 불빛 아래 나무들 분분 꽃 날리고 그네도 벤치도 땅바닥도 하얗게, 하얗게 덮인 놀이터 왔다가 돌아간 작은 발자국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보다 먼저 다녀간 고양이 황인숙 中 몇년 전 우연히 재건축을 앞둔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내 길고양이들을 위한 뱃지를 산 적이 있다. 올 봄, 영화 (2001), (2012)를 만든 정재은 감독이 철거 공사 직전인 2019년 12월까지 2년여 동안 길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위한 모임 "둔촌냥이"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를 개봉했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둔촌 주공아파트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2018)이란 다큐를 보면서 오랜 세월, 많은 추억과 정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 아름다워 한번 .. 더보기 이 여름 노래 둘 집 창문을 통해 매일 보던 한강 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던 강, 하늘, 구름, 나무들 덕분에 빡빡했던 서울 생활을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여름의 소낙비가 그립다. 빗소리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다 비멍 하던 순간도 장화를 신고 빗길을 첨벙첨벙 걸어다니던 것도 비 핑계로 약속을 잡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도 이젠 다 두고 온 기억들... Somthing New by Anthony Lazaro & Sarah Kang (2021) 뭔가 사랑스러운 가사와 함께 듀엣의 달콤한 노래를 듣다 보면 열대야로 힘든 한국 여름밤의 열기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계 미국인인 Sarah Kang은 싱어송라이터로 Jazz, Pop, R&B 등 여러 장르의 노래를 발표해 오고 있다.. 더보기 이 여름 詩 둘 호우주의보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꼭 오래전 누군가에게 받은 용서 같았다 이발소에 처음 취직했더니 머리카락을 날리지 않고 바닥을 쓸어내는 것만 배웠다는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미인은 내가 졸음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미인이 새로 그리고 있는 유화 속에 어둡고 캄캄한 것들의 태(胎)가 자라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들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박준 中 몇 년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 살다 보니... 몇 켤레 있는 장화는 신을 일이 없다 우산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비 핑계 대고 막걸.. 더보기 이 여름 미술관 둘 갠 적으로 보통 건물을 딱 보고 바로 누구의 작품이란 걸 가늠할 수 있는 건축가가 셋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해체주의 건축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구조의 디자인을 하는 Frank Gehry, 두 번째로는 붉은 벽돌의 외관을 선호하는 Mario Botta, 마지막으로 백색의 건축가란 별명이 말해주듯 흰색의 건물만 짓는 Richard Meier다.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이 한 게티센터는 바로 Richard Meier 가 디자인 한 건물이다. 하지만 게티센터는 흰색의 깔끔한 메탈 타일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왔다는 여러 톤의 베이지 색에 거친 질감을 가진 Travertine Tile도 같이 쓰였는데 이 조화가 전혀 이상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을 때 아침 태양빛을 받는 트라버틴의 외관..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구인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 더보기 이 겨울 건축물 둘 송은(松隱) 아트스페이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Designed by Herzog & de Meuron Completed in 2021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Designer by Alvaro Siza Completed in 2009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