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 가을 詩 둘 평화로운 산책 저녁 숲길이 별안간 가을을 맞이했을 때 가을, 나를 따라온 긴 그림자 하나 문득 사실적이로구나 시퍼런 가슴도 때로 추억의 철퇴를 맞고 비틀거리는 첨탑들도 일몰 쪽으로 달려간다 이런 시간엔 돌아오는 모든 것들이 눈물겹게 보인다 입술을 적신 새 떼와 손금을 버린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 끝에 매달려 있는 저 불온한 시계추들 그래, 나는 지금 걷고 있는 중이야 그 길 끝에는 호수가 있다 빨간 닭장과 구름들이 중얼거리며 서쪽으로 가볍게 흘러가고 모든 외마디의 빛깔들이 한끝을 향해 핑핑 글썽이며 돌아오는 시간 노을의 한때를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온 물살들이 가장자리에서 입술을 반짝이네 나 좀 봐, 나 좀 봐 이런 순간에 나는 평화를 평화, 라고 솔직하게 발음해 보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교과서.. 더보기 이 여름 노래 둘 Long Way Home by Ray LaMontagne (2024) Lying in the meadow green Dangling legs in a moutain stream From the limb, we could jump right in Again and again and again and again Up in the orchard on the hill Sat right down and had our fill And though the clouds are touched with grey We know no rain will fall today So let’s take the long way home And corcle ‘round the standing stone Through the fields.. 더보기 이 여름 詩 둘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가게문을 닫고 우선 엄마를 구하자 단골이고 매상이고 그냥 다 버리자 엄마도 이젠 남의 밥 좀 그만 차리고 귀해져보자 리듬을 엎자 금(金)을 마시자 손잡고 나랑 콩국수 가게로 달려나가자 과격하게 차를 몰자 소낙비 내리고 엄마는 자꾸 속이 시원하다며 창을 내리고 엄마 엄마 왜 자꾸 나는 반복을 해댈까 엄마라는 솥과 번개 아름다운 갈증 엄마 엄마 왜 자꾸 웃어 바깥이 환한데 이 집은 대박, 콩이 진짜야 백사장 같아 면발이 아기 손가락처럼 말캉하더라 아주 낡은 콩국숫집에 나란히 앉아서 엄마는 자꾸 돌아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오이고추는 섬덕섬덕하고 입안을 푸르고 나는 방금 떠난 시인의 구절을 훔쳤다 너무 사랑해서 반복하는 입술의 윤기, 얼음을 띄운 콩국수가 두 접시 나오고 우리는 일.. 더보기 어쨌든 리스본 2014년 늦봄, 고단했던 서울 생활 중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겼을 때, 아트선재의 지하극장에 영화 한 편을 보러 갔었다. 평소 동경하던 도시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그 영화는 였다. 우연한 기회에 손에 들어온 책 한 권으로 일생일대의 일탈을 감행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려낸 영화는 그 모험과 함께 영상 속 리스본의 풍광이 더해져 그 당시 한국에서의 생활을 힘들어하던 나에게 대리만족을 주었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 소중한 나눔 덕분에 원작인 파스칼 메르시에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기억에 가물가물한 탓도 있겠지만 영상으로 접했던 것보다 활자로 읽어 내려간 이야기는 더욱 깊은 떨림으로 다가왔다.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빛과 멜로디를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이 아름다운 ..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읽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었고 그것이 이 책의 유일한 결말은 아니니까 가장 많은 미움을 샀던 인물처럼 나는 징검다리를 건넜다 개울에 빠져 죽었다던 그와는 달리 반대편에 잘 도착했는데 돌아보니 사방이 꽁꽁 얼어 있었고 그애는 여름에 죽었겠구나 죽은 이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모여 흐르는 땀을 연신 닦다가 미워하던 마음이 사라진 텅 빈 구멍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검고 아득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고 돌멩이를 던져볼까 아서라, 죽은 이는 다시 부르는 게 아니야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찰나에도 두부는 아주 평화롭게 구워진다 이것은 소설일까 아닐까 고개를 들면 온통 하얀 창밖과 하얗게 뒤덮인 사람들이 오고 가는 풍경 모든 것이 끝나도 어떤 마음은 .. 더보기 Sugar Man - Sixto Rodriguez I think of you by Sixto Rodriguez (1971) Just a song we shared, I’ll hear Brings memories back when you were here Of your smile, your easy laughter Of your kiss, those moments after I think of you And think of you And think of you Of the dreams we dreamt together Of the love we vowed would never Melt like snowflakes in the sun My days now end as they begun With thoughts of you And I think of you.. 더보기 기다림 If you were coming in the fall If you were coming in the fall, I’d brush the summer by With half a smile and half a spurn, As housewives do a fly. If I could see you in a year, I’d wind the months in balls, And put them each in separate drawers, Until their time befalls. If only centuries delayed, I’d count them on my hand, Subtracting til my fingers dropped Into Van Diemen’s land. It certain, w.. 더보기 Past Lives - 인연 그리고 선택 선댄스에 출품된 작품이자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가 최근에 개봉. Rotten Tomatoes, NYT, New Yorker 등에서 극찬을 받은 Celine Song 감독의 이 데뷔작이 궁금해서 어제 극장을 다녀왔다. (Pandemic 이후 한국에선 극장을 몇 번 갔었지만 미국에선 처음) 같은 반 단짝 사이인 나영과 해성. 그들은 나영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헤어진다. 성인이 된 둘은 SNS를 통해 서로를 찾고 영상통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지만 Nora (나영)은 현재의 자신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관계를 중단하기로 한다. 또 세월이 흘러 Nora는 결혼을 했고 그런 Nora에게 해성이 방문을 한다. 24년 만에 만난 두 사람 그리고 그 둘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Nora의 .. 더보기 추억의 영화 - Forrest Gump Monument Valley를 지나 163번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유명한 View Point를 만나게 된다. 바로 Forrest Gump가 3년여를 뛰다가 갑자기 멈춰 선 장면을 찍은 곳인데 뒷배경엔 Monument Valley의 Mesa와 Butte들이 펼쳐져 있다. 이 추억의 영화를 본 게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번에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보았다. 포레스트가 살면서 우연히 지나치거나 겪는 사건사고들은 미국의 현대사를 보여주는데 그는 무려 세명의 대통령들 (John F. Kennedy, Johnson, & Nixon)을 만나고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탁구선수로 중국도 다녀온다. 그런가 하면 새우잡이로 큰돈을 벌고 어린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제니와 결혼도 한다. 이렇듯 코미디에 정치풍자, 휴머니즘에 .. 더보기 발 없는 새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 앉는데 그건 바로 그 새가 죽을 때지.“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20년 전 발 없는 새처럼 떠나버린 그를 기리며… Maria Elena by Xavier Cugat 더보기 이 겨울 전시회 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는 그의 1940-50년대 작품 중 1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死後 유명해진 이중섭은 생전엔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캔버스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 銀紙畵 중 세 작품은 New York MoMA가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간 아내와 아들들을 그리워 하며 많은 엽서화를 남기는데 마지막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들 이름과 함께 파파 중섭이라고 사인을 했다. 끝내 가족들과 재회를 하지 못한 채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세상을 떠난 그. 이번 전시회는 화가 이중섭뿐만 아니라 인간 이중섭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지난 1월 초 다녀 온 가나자와에는 SANNA 건축(세지마 가즈요 + 나시자와 류)이 디자인 한 21세..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밤의 발자국 저녁내 펑펑 눈 쏟아지고 깊은 밤 보안등 불빛 아래 나무들 분분 꽃 날리고 그네도 벤치도 땅바닥도 하얗게, 하얗게 덮인 놀이터 왔다가 돌아간 작은 발자국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보다 먼저 다녀간 고양이 황인숙 中 몇년 전 우연히 재건축을 앞둔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내 길고양이들을 위한 뱃지를 산 적이 있다. 올 봄, 영화 (2001), (2012)를 만든 정재은 감독이 철거 공사 직전인 2019년 12월까지 2년여 동안 길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위한 모임 "둔촌냥이"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를 개봉했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둔촌 주공아파트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2018)이란 다큐를 보면서 오랜 세월, 많은 추억과 정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 아름다워 한번 .. 더보기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