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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詩 둘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읽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었고 그것이 이 책의 유일한 결말은 아니니까 가장 많은 미움을 샀던 인물처럼 나는 징검다리를 건넜다 개울에 빠져 죽었다던 그와는 달리 반대편에 잘 도착했는데 돌아보니 사방이 꽁꽁 얼어 있었고 그애는 여름에 죽었겠구나 죽은 이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모여 흐르는 땀을 연신 닦다가 미워하던 마음이 사라진 텅 빈 구멍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검고 아득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고 돌멩이를 던져볼까 아서라, 죽은 이는 다시 부르는 게 아니야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찰나에도 두부는 아주 평화롭게 구워진다 이것은 소설일까 아닐까 고개를 들면 온통 하얀 창밖과 하얗게 뒤덮인 사람들이 오고 가는 풍경 모든 것이 끝나도 어떤 마음은 .. 더보기
Sugar Man - Sixto Rodriguez I think of you by Sixto Rodriguez (1971) Just a song we shared, I’ll hear Brings memories back when you were here Of your smile, your easy laughter Of your kiss, those moments after I think of you And think of you And think of you Of the dreams we dreamt together Of the love we vowed would never Melt like snowflakes in the sun My days now end as they begun With thoughts of you And I think of you.. 더보기
기다림 If you were coming in the fall If you were coming in the fall, I’d brush the summer by With half a smile and half a spurn, As housewives do a fly. If I could see you in a year, I’d wind the months in balls, And put them each in separate drawers, Until their time befalls. If only centuries delayed, I’d count them on my hand, Subtracting til my fingers dropped Into Van Diemen’s land. It certain, w.. 더보기
Past Lives - 인연 그리고 선택 선댄스에 출품된 작품이자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가 최근에 개봉. Rotten Tomatoes, NYT, New Yorker 등에서 극찬을 받은 Celine Song 감독의 이 데뷔작이 궁금해서 어제 극장을 다녀왔다. (Pandemic 이후 한국에선 극장을 몇 번 갔었지만 미국에선 처음) 같은 반 단짝 사이인 나영과 해성. 그들은 나영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헤어진다. 성인이 된 둘은 SNS를 통해 서로를 찾고 영상통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지만 Nora (나영)은 현재의 자신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관계를 중단하기로 한다. 또 세월이 흘러 Nora는 결혼을 했고 그런 Nora에게 해성이 방문을 한다. 24년 만에 만난 두 사람 그리고 그 둘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Nora의 .. 더보기
추억의 영화 - Forrest Gump Monument Valley를 지나 163번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유명한 View Point를 만나게 된다. 바로 Forrest Gump가 3년여를 뛰다가 갑자기 멈춰 선 장면을 찍은 곳인데 뒷배경엔 Monument Valley의 Mesa와 Butte들이 펼쳐져 있다. 이 추억의 영화를 본 게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번에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보았다. 포레스트가 살면서 우연히 지나치거나 겪는 사건사고들은 미국의 현대사를 보여주는데 그는 무려 세명의 대통령들 (John F. Kennedy, Johnson, & Nixon)을 만나고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탁구선수로 중국도 다녀온다. 그런가 하면 새우잡이로 큰돈을 벌고 어린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제니와 결혼도 한다. 이렇듯 코미디에 정치풍자, 휴머니즘에 .. 더보기
발 없는 새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 앉는데 그건 바로 그 새가 죽을 때지.“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20년 전 발 없는 새처럼 떠나버린 그를 기리며… Maria Elena by Xavier Cugat 더보기
이 겨울 전시회 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는 그의 1940-50년대 작품 중 1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死後 유명해진 이중섭은 생전엔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캔버스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 銀紙畵 중 세 작품은 New York MoMA가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간 아내와 아들들을 그리워 하며 많은 엽서화를 남기는데 마지막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들 이름과 함께 파파 중섭이라고 사인을 했다. 끝내 가족들과 재회를 하지 못한 채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세상을 떠난 그. 이번 전시회는 화가 이중섭뿐만 아니라 인간 이중섭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지난 1월 초 다녀 온 가나자와에는 SANNA 건축(세지마 가즈요 + 나시자와 류)이 디자인 한 21세..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밤의 발자국 저녁내 펑펑 눈 쏟아지고 깊은 밤 보안등 불빛 아래 나무들 분분 꽃 날리고 그네도 벤치도 땅바닥도 하얗게, 하얗게 덮인 놀이터 왔다가 돌아간 작은 발자국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보다 먼저 다녀간 고양이 황인숙 中 몇년 전 우연히 재건축을 앞둔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내 길고양이들을 위한 뱃지를 산 적이 있다. 올 봄, 영화 (2001), (2012)를 만든 정재은 감독이 철거 공사 직전인 2019년 12월까지 2년여 동안 길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위한 모임 "둔촌냥이"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를 개봉했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둔촌 주공아파트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2018)이란 다큐를 보면서 오랜 세월, 많은 추억과 정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 아름다워 한번 .. 더보기
마음 망설이는 마음 때로 그 강은 마음속 강이 되어 혹은 마음의 혹은 마음속과 마음의 그 강둑은 눈이 내리고 물과 기슭 사이로 밀물 썰물은 어두운 테두리를 떨구고 그래서 망설이는 마음은 그 물결을 보고 알아챈다 그것이 발견하게 될 어떤 유사성을 - 복잡한 어떤 이미지: 그 너머 거뭇한 사유의 끈으로 고정된 하얀 널판들의 어떤 것, 그래 저 너머 재빠르게 흘러가는 물의 움직이는 형상들, 그 전에 물결은 바뀔 것이고 다시 일어나겠지, 아마도. 윌리엄 칼로스 윌림엄스 中 The Mind Hesitant Sometimes the river becomes a river in the mind or of the mind or in and of the mind Its banks snow the tide falling a d.. 더보기
이 여름 노래 둘 집 창문을 통해 매일 보던 한강 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던 강, 하늘, 구름, 나무들 덕분에 빡빡했던 서울 생활을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여름의 소낙비가 그립다. 빗소리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다 비멍 하던 순간도 장화를 신고 빗길을 첨벙첨벙 걸어다니던 것도 비 핑계로 약속을 잡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도 이젠 다 두고 온 기억들... Somthing New by Anthony Lazaro & Sarah Kang (2021) 뭔가 사랑스러운 가사와 함께 듀엣의 달콤한 노래를 듣다 보면 열대야로 힘든 한국 여름밤의 열기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계 미국인인 Sarah Kang은 싱어송라이터로 Jazz, Pop, R&B 등 여러 장르의 노래를 발표해 오고 있다.. 더보기
이 여름 詩 둘 호우주의보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꼭 오래전 누군가에게 받은 용서 같았다 이발소에 처음 취직했더니 머리카락을 날리지 않고 바닥을 쓸어내는 것만 배웠다는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미인은 내가 졸음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미인이 새로 그리고 있는 유화 속에 어둡고 캄캄한 것들의 태(胎)가 자라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들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박준 中 몇 년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 살다 보니... 몇 켤레 있는 장화는 신을 일이 없다 우산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비 핑계 대고 막걸..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구인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