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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

뒷동산 - January, 2021

 

 

 

 

 

저녁 숲

해가 함석지붕 위에 간신히 걸쳐 있을 때 숲에서는 천년 동안 불던 바람이 탈주를 시도한다 마른가지에 상처 입은 바람이 함석집 마당을 쓸면 건넌방에선 기침 소리가 비듬처럼 떨어진다 서산으로 넘어가지 못한 하루가 문고리에서 짤랑거리고 문풍지로 막아내지 못하는 미친바람은 이부자리로 파고든다 불러도 오지 않던 얼굴들이 천장의 꽃무늬로 번져 있다 낡은 전축 위로 해진 이불 홑청 위로 떨어진다 그리운 얼굴들로 얼룩진 이불은 비벼도 지워지지 않고 삶아도 빠지지 않는다

빽빽하게 서 있는 검은 나뭇가지 끝에 새들이 둥지를 튼다 바람에 묻혀온 기침 소리가 가지를 흔든다 새들은 날아가고 엉성한 둥지는 무너진다 마침내 찢기고 터진 나무의 살들이 부대끼며 타오른다 숲의 열기에 춤추는 어리고 뽀얀 깃털들, 달아난 새들이 흘리고 간 조밀한 꿈들, 숲을 찢으며 툭툭 튀어오른다 숲의 발화에 해가 순식간에 져버린다

 


유형진  <피터 래빗 저격 사건> 中

 

 

한국 온 지 33日째

14日의 자가격리 동안은 재택근무
입국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 출국날까지 연장
특별한 일 제외하고는 집콕
택배로 오는 책들이 쌓여가고
뜨개질은 거의 완성했다 풀고 다시 뜨고 있고
Playlist 듣고
미국 Netflix엔 없는 Ghibli 애니들과 ‘멜로가 체질’ 정주행하고
새동네의 뒷동산 매일 산책
그리고

엄마랑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