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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전시회 둘



국제 갤러리에서 열렸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The Smell of Eucalyptus> 전. Maman이라는 거대한 거미 조각품 시리즈로 유명한 그녀의 개인전인데 특이하게도 판화 위주의 전시였다.

“… 1920년대 후반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던 젊은 시절의 부르주아는 당시 유칼립투스를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로써 유칼립투스는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상징하게 되었고, 특히나 작가의 노년기에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모성 중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더 나아가 유칼립투스는 작가의 추억 기제를 촉발하고 과거를 현재로 소환해낼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지닌 힘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기도 하다 (작가는 생전 스튜디오를 정화 및 환기 시키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태우곤 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삶 곳곳에서 실질적, 상징적으로 쓰인 유칼립투스는 부르주아에게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은유이다.” - 전시회 소개문 中

그녀의 후반 10여년 동안 작업한 대형 soft-ground etching 작품들이 이번 전시회의 주 작품군들인데 여성신체 일부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씨앗주머니=아기집 등 모성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것이 식물(nature)과 성숙(mature)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갤러리 BK에서 2.24.22 까지 진행 중인 <The Hidden Masterpiece> 전. 한국 중견작가들의 숨겨진 걸작들을 소개하는 전시회인데 이중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끈 장승택 작가의 ‘Layered Painting’ 시리즈. 색을 덧칠하며 스크래퍼로 긋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화가 살짝 연상되기도 하지만 장승택의 작품은 더욱더 한국적이다. 커다란 빈 벽이 있었음 집에다 걸고 싶을 정도로 내 맘을 사로잡았다.

주로 설치미술을 하다가 30여년만에 붓을 들어 완성한 ‘겹 회화’를 작가는 “인생이 찰나의 연속이다. 시간의 겹이 쌓여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것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했다”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