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pa Valley - October 2008
가을엔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돌아가게 하라.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가을바람 물들며 지나가듯
지상의 모든것을 돌아가게 하라.
지난 여름엔 유난히도 슬펐어라.
폭우와 태풍이 우리들에게 시련을 안겼어도
저 높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라.
누가 저처럼 영롱한 구슬을 뿌렸는가.
누가 마음들을 모조리 쏟아 펼쳤는가.
가을엔 헤어지지 말고 포옹하라,
열매들이 낙엽들이 나뭇가지를 떠남은
이별이 아니라 대지와의 만남이어라.
겨울과의 만남이어라.
봄을 잉태라기 위한 만남이어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떠나게 하라.
단풍물 온몸에 들이며
목소리까지도 마음까지도 물들이며
떠나게 하라.
다시 돌아오게, 돌아와 만나는 기쁨을 위해
우리 모두 돌아가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만나는 날까지
책장을 넘기거나,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우거나
아예 눈을 감고 침묵을 하라.
자연이여, 인간이여, 우리 모두여.
조태일
내가 사는곳엔 가을이 없다.
그나마 가을을 느낄수 있는 곳은 마켓에서 만나는 야채, 과일, 꽃들이나
아님 한시간 반을 운전하고 가야 볼수있는 나파 밸리의 빨갛고 노랗게 물들은 포도밭 에서다.
그냥 모르는 사이 지척의 은행잎이 노란색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고 조금은 차가워진 듯한 아침 공기에 옷깃을 여미며
아~ 이제 가을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일상에서 받기는 좀처럼 힘들다.
어느새부터인가 가을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되어버렸는데 이곳에선 느낄수 없으니 어디론가 가을여행을 떠나는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