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웃기다.
성격은 잘 모르겠으나 살면서 입맛과 취향은 많이 바뀐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릴적 단 것을 싫어했었는데 이젠 달달한 걸 찾아다니면서 먹질 않나,
옷장엔 무채색의 옷들만 한가득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색색의 옷들이 하나 둘씩 걸리기 시작한다. ^^;
비도 그렇다.
유난히 비 맞는걸 싫어했다.
바지를 입으면 바지 끝단이 젖는게 너무 끔찍해 비오는 날엔 항상 치마만 입고 다녔었다.
빗줄기가 심한 날엔 외출도 잘 안하고 집에 종일 틀어박혀 차를 마시며 음악을 틀어놓고 창밖의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걸 즐겨했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늘상 비만 내리는 곳에서 오랜세월 살다보니 비하고 친해지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는 신세.
그뿐이랴, 한번 오기시작하면 바람과 함께 사방에서 내리치니 우산은 무용지물... 흠뻑 젖는 일이 다반사다.
이래서 길들여지는게 무섭다고 했나?
이젠 비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아니 비 오는 날, 착 가라앉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문득 좋아지기 시작했다.
장화를 신고 나가 처벅처벅 걷는 것도 좋고 비 내리면 달라지는 거리의 모습도 좋다.
앞으로 또 어떤 취향의 변화가 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나이를 먹는다는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