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드디어 이곳 샌프란시스코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한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으로 트란 안 홍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나오코의 20번째 생일날 창밖으로 내리는 비, 눈이 시릴정도로 푸른 초원, 하얀눈으로 덮힌 숲 등 몇몇의 배경만이 내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트란 감독의 베트남 3부작 영화들을 좋아했기에 조금은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 그도 어마어마한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수가 없었나 보다.
나오코역의 린코 키쿠치가 그 배역을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보는 내내 몰입하기 힘들었고
Radiohead의 Jonny Greenwood가 만든 영화음악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처음 책을 집어들고 도무지 멈출수가 없어서 밤새도록 읽었던 상실의 시대.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그의 글에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것. 그 상황에, 그 순간에 너무나 어울리는 음악이...
일요일 오후 영화를 보고 난 후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져버려
요가 수업도 빼먹고 햇살이 드는 창에 커튼을 치고
너무나 오랫만에 상실의 시대를 다시 펼쳐 보았다.
"붐비는 일요일의 거리는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나는 통근 전철처럼 혼잡한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포크너의 <8월의 빛>을 사들고, 가급적 소리가 클 듯싶은 재즈 다방으로 찾아 들어가, 오네트 콜만이라든가 버드 파웰의 레코드를 들으면서, 뜨겁고 진하고 맛없는 커피를 마셨고, 방금 산 책을 읽었다. ...중략....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독한 일요일' 하고 나는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해 보았다. 일요일이면 나는 태엽을 감지 않는 것이다."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 by Bud Powell T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