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이 겨울 책방 둘 작은 골목길에 숨어 있는 이 북카페는 흰여울마을 해안길의 찬바람과 번잡스러움으로부터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와 세상 아늑함으로의 순간이동이 가능한 곳이다. 고양이가 식빵을 굽듯이 유리창가에 앉아 추웠던 몸을 녹이며 이번 여행 가장 맛있는 차와 안희연 시인의 사인본과 함께 손목서가 폐점의 아쉬움을 달래 볼 수 있었다.See Sea with Book.소조한 포구마을, 장승포에 늦은 오후의 해가 내려앉을 무렵 찾은 책방익힘은 초행길인 거제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서점은 주인장의 책 큐레이션이 돋보였다. 좋은 사람과 소곤소곤 속삭이며 반나절 함께 책을 읽으면 딱이었을 그런 곳이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잠시 머물다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언젠가 .. 더보기
- 숨 이 가을 詩 둘 평화로운 산책 저녁 숲길이 별안간 가을을 맞이했을 때 가을, 나를 따라온 긴 그림자 하나 문득 사실적이로구나 시퍼런 가슴도 때로 추억의 철퇴를 맞고 비틀거리는 첨탑들도 일몰 쪽으로 달려간다 이런 시간엔 돌아오는 모든 것들이 눈물겹게 보인다 입술을 적신 새 떼와 손금을 버린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 끝에 매달려 있는 저 불온한 시계추들 그래, 나는 지금 걷고 있는 중이야 그 길 끝에는 호수가 있다 빨간 닭장과 구름들이 중얼거리며 서쪽으로 가볍게 흘러가고 모든 외마디의 빛깔들이 한끝을 향해 핑핑 글썽이며 돌아오는 시간 노을의 한때를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온 물살들이 가장자리에서 입술을 반짝이네 나 좀 봐, 나 좀 봐 이런 순간에 나는 평화를 평화, 라고 솔직하게 발음해 보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교과서.. 더보기
- 참 집에서 뭘 해 먹지? 참기름에 버무린 메밀국수에 동치미 국물을 자작하게 붓고 그 위에 하루 숙성시킨 토마토와 바질 겉절이를 얹어 먹으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맛있다! 이 레시피는 특허를 내야 할 듯. 감자를 채썬후 소금 후추 간을 하고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 부친 감자 치즈 전과 시원한 맥주 한잔은 금요일 저녁 간식으로 딱! 소면을 담은 그릇에 비빔장*을 푼 냉면 육수를 부어주고 삶은 달걀과 오이를 얹어 먹는 물비빔국수. 집 나간 입맛이 제 발로 돌아오는 그런 맛. *비빔장 만드는 법 고추장 1 고춧가루 1 식초 1 설탕 1 진간장 1/2 참기름 1/2 다진 마늘 1/4 샌프란의 여름은 으실으실 춥기에 국물요리가 생각나는데 딱 그런 날 호로록 해먹은 떡국. 고명을 따로 만들 시간이 없어 그냥 계란을 풀고 김가루와 파만 올렸는데 .. 더보기
- 숨 이 여름 노래 둘 Long Way Home by Ray LaMontagne (2024) Lying in the meadow green Dangling legs in a moutain stream From the limb, we could jump right in Again and again and again and again Up in the orchard on the hill Sat right down and had our fill And though the clouds are touched with grey We know no rain will fall today So let’s take the long way home And corcle ‘round the standing stone Through the fields.. 더보기
- 숨 이 여름 詩 둘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가게문을 닫고 우선 엄마를 구하자 단골이고 매상이고 그냥 다 버리자 엄마도 이젠 남의 밥 좀 그만 차리고 귀해져보자 리듬을 엎자 금(金)을 마시자 손잡고 나랑 콩국수 가게로 달려나가자 과격하게 차를 몰자 소낙비 내리고 엄마는 자꾸 속이 시원하다며 창을 내리고 엄마 엄마 왜 자꾸 나는 반복을 해댈까 엄마라는 솥과 번개 아름다운 갈증 엄마 엄마 왜 자꾸 웃어 바깥이 환한데 이 집은 대박, 콩이 진짜야 백사장 같아 면발이 아기 손가락처럼 말캉하더라 아주 낡은 콩국숫집에 나란히 앉아서 엄마는 자꾸 돌아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오이고추는 섬덕섬덕하고 입안을 푸르고 나는 방금 떠난 시인의 구절을 훔쳤다 너무 사랑해서 반복하는 입술의 윤기, 얼음을 띄운 콩국수가 두 접시 나오고 우리는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