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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心

 

언젠가 읽은 싯구절이 생각나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님 오래전 갔었던 기억에 참 좋았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나서 였을지도.

그렇게 시작 된 어느 봄날의 무계획 여행.

 

 

 

 

아침 일찍 백팩 하나 들고 떠났지만 어찌어찌하여 겨우 저녁 공양시간에야 도착한 선암사. 

일주문 주위는 공사중이었다. 

절밥은 많이 먹어보았지만 이번에야 처음으로 하게 된 발우 공양.

선암사의 유명한 매화들은 떨어져 버린지 오래였다.

순조의 친필 현판 '대복전'의 단청은 그 빛 바랜 색이 오랜 세월로 그윽하다.

수수한 아낙네 같은 선암사, 매 계절 다시 찾고 싶은 곳...

 

 

 

 

하늘높이 뻗어있는 편백나무숲을 지나 조계산 굴목이재의 산행을 시작했다.

물론 등산 계획이 없었기에 그냥 운동화에 약숫물 한통, 그리고 조금은 무거운 백팩과 함께

익숙치 않은 돌길을 오르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천천히 쉬엄 쉬엄 오르니 드디어 만나게 되는 중간지점의 보리밥 집.

혼자 먹고 있자니 아까 산행길에 만나 차 한잔 얻어마신 매화마을 친목계 어르신들이 같이 먹자고 하신다. 여럿이 먹어야 더 맛있는 법!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오래된 산길... 6.8km의 산행을 네시간여만에 마쳤다.

 

 

 

 

송광사에 짐을 풀고 바로 찾은 곳은 법정스님이 머무르셨던 불임암.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오솔길을 지나 터널같은 대나무숲을 지나면 소박한 마당과 함께 작은 암자가 나타난다.

법정스님이 계시다는 후박나무 밑에서 잠시 서있다 조용히 돌아섰다.

 

 

 

 

우리나라 3대사찰중 하나인 송광사는 그 명성답게 웅장했다.

때마침 알록달록 연등으로 장식되어 마치 화사하게 차려입은 마나님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송광사.

선암사와는 또다른 매력의 사찰이었다. 

아, 저녁반찬으로 나온 톳과 두부무침, 아침공양으로 나온 고구마죽은 지금도 생각날 만큼 맛있었다. ㅎㅎ

 

 

 

여행 마지막 날,

시골버스를 타고 송광사를 내려오는 길은 벚꽃으로 만발하였다.

마침 순천에 장이 서는 날이라 버스안에는 장구경 가시는 어르신들로 만원.

옆자리의 할아버지는 혼자 여행하는 내가 걱정스러우셨는지 어디서 내리느냐고 여러번을 물어보신다.

복잡한 마음을 다시금 추수릴수 있었던 

여행 곳곳에서 만난 구수한 인심으로 힐링을 받았던

나에겐 아주 특별했던 2박3일의 여행...

 

 

  • Favicon of https://anunmankm.tistory.com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7.05 11:04 신고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세요. ^^

  • Favicon of http://yeeryu.com BlogIcon 여인 2014.07.05 11:34

    봄나드리이야기였네요. 사진이 이십년은 족히 되어보입니다.
    송광사의 능허교를 건너보셨는지요? 텅빈 것을 밟고 건넌다면 어디에 당도하는 것인지 다리의 이름이 너무 멋있지요?
    힐링이 되셨다니 고마운 여행이었네요.

    • Favicon of https://secretjourney.tistory.com BlogIcon blueprint 2014.07.06 20:19 신고

      네, 이제서야 봄 여행 이야기를 올렸어요. ^^;;
      선암사는 이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거의 없을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송광사의 다리는 이름의 뜻도 모르고 건넜네요. 능허교, 멋집니다. ^^

  • Favicon of https://boramina.tistory.com BlogIcon boramina 2014.07.05 17:56 신고

    오랜만이에요, blueprint님,
    선암사, 송광사,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에요, 내년 봄 벚꽃은 선암사에서 보고 싶네요.
    잘 지내시지요?

    • Favicon of https://secretjourney.tistory.com BlogIcon blueprint 2014.07.06 20:27 신고

      너무 오랫만이죠?
      조계산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 송광사는 우리나라 산사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선암사는 매화로 더 유명한 곳이니 매화 필 때 즈음 다녀오세요. ^^
      보라미나님도 잘 지내시죠?

  • 2014.07.07 17:54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secretjourney.tistory.com BlogIcon blueprint 2014.07.08 00:47 신고

      저는 '마음을 비우다'란 뜻으로 썼어요.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던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왔습니다.
      그래도 먼산 바라보고 눈물을 쏟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한국의 시골은 정이 넘쳐나서 즐겁습니다.
      시골버스는 언제나 재밌고요.
      의구심이라뇨... 벌써 한국 들어온지 10개월이 지났어요... :-p

  • Favicon of https://modux.tistory.com BlogIcon #J.Ho 2014.07.08 08:00 신고

    누군가의 발자취를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땐, 뭔가 기분이 오묘해지던데-
    그 기분은 좋을때도 있고, 때론 괴로울때도 있고... 에구- 남의 집에 와서 주절주절 ㅎㅎ;;

  • Favicon of https://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7.09 22:32 신고

    발우 공양이라...정말 독특한 경험이셨을 거 같아요. 예전에 가끔 도선사 가서 절밥을 얻어먹은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발우 공양을 직접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직접 발우 공양을 해 보면 매우 독특한 느낌이 들 거 같네요^^

    • Favicon of https://secretjourney.tistory.com BlogIcon blueprint 2014.07.14 00:59 신고

      부처님을 생각하고 음식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밥을 먹는 의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절차가 있어 조금은 까다롭지만 좀좀이님 말씀처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 Favicon of https://capella.tistory.com BlogIcon Capella★ 2014.07.11 01:39 신고

    우와~ 혼자한 여행이시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서 뜻깊은 여행이셨을 것 같네요!
    사진도 너무 예뻐요! 절밥 맛있지요? 저는 부처님오신날에 주로 엄마 따라가서 먹었는데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 Favicon of https://secretjourney.tistory.com BlogIcon blueprint 2014.07.14 01:02 신고

      혼자 떠나면 여럿이 하는 여행에서는 놓칠수 있는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절밥은 언제나 맛있어요~ 채식하시는 카펠라님께는 완벽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