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 남자는 비엔나에서 내려야 하고 여자는 파리로 가야 하지만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자는 남자의 제의에 여자는 같이 내린다. 그렇게 하루를 비엔나 곳곳을 걸어 다니며 나눈 끊임없는 대화 속에 둘은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데...
1995년에 상영된 후 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Before Sunrise는 그 후 Before Sunset (2004), Before Midnight (2013)으로 Trilogy가 완성된다. Ethan Hawke과 Julie Delpy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이 3부작의 남녀 주인공이다. 영화감독은 Richard Linklater. 같은 배우들과 여러 해 동안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듯한 링크레이터 감독은 Boyhood (2014)란 영화에서 한 아이의 성장기를 12년에 걸쳐 영화에 담아낸다. 감독도 그렇지만 또 이런 황당한(?) 제의에 응해준 배우들의 용기 덕분에 아주 특별한 작품이 탄생한게 아닌가 싶다.
Before Sunrise에서 좋았던 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레코드 가게에서 노래를 듣는 이 장면.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말 한마디 없이 노래를 들으며 조금은 어색해하던 순간. 이들이 듣던 노래는 Kath Bloom의 Come Here.
그들은 연락처도 주고 받지 않은 채 6개월 후, 12월 16일 오후 6시, 비엔나 기차역 Track 9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들이 하루 동안 다녔던 비엔나의 풍경들이 지나가고 각자 버스에, 그리고 기차에 앉아 잠을 청하며 끝나는 영화.
9년 후에 나온 Before Sunset에서는 그 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時節因緣이란 불교용어가 생각났다. 모든 인연엔 그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만남도 헤어짐도 깨우침도 다 그때가 있다는 말.
우연히 만난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도 만날 인연이었기에 만난 것이고 아직 그때가 아니기에 6개월 후가 아닌 9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