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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이 가을 詩 둘 평화로운 산책 저녁 숲길이 별안간 가을을 맞이했을 때 가을, 나를 따라온 긴 그림자 하나 문득 사실적이로구나 시퍼런 가슴도 때로 추억의 철퇴를 맞고 비틀거리는 첨탑들도 일몰 쪽으로 달려간다 이런 시간엔 돌아오는 모든 것들이 눈물겹게 보인다 입술을 적신 새 떼와 손금을 버린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 끝에 매달려 있는 저 불온한 시계추들 그래, 나는 지금 걷고 있는 중이야 그 길 끝에는 호수가 있다 빨간 닭장과 구름들이 중얼거리며 서쪽으로 가볍게 흘러가고 모든 외마디의 빛깔들이 한끝을 향해 핑핑 글썽이며 돌아오는 시간 노을의 한때를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온 물살들이 가장자리에서 입술을 반짝이네 나 좀 봐, 나 좀 봐 이런 순간에 나는 평화를 평화, 라고 솔직하게 발음해 보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교과서.. 더보기
이 여름 詩 둘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가게문을 닫고 우선 엄마를 구하자 단골이고 매상이고 그냥 다 버리자 엄마도 이젠 남의 밥 좀 그만 차리고 귀해져보자 리듬을 엎자 금(金)을 마시자 손잡고 나랑 콩국수 가게로 달려나가자 과격하게 차를 몰자 소낙비 내리고 엄마는 자꾸 속이 시원하다며 창을 내리고 엄마 엄마 왜 자꾸 나는 반복을 해댈까 엄마라는 솥과 번개 아름다운 갈증 엄마 엄마 왜 자꾸 웃어 바깥이 환한데 이 집은 대박, 콩이 진짜야 백사장 같아 면발이 아기 손가락처럼 말캉하더라 아주 낡은 콩국숫집에 나란히 앉아서 엄마는 자꾸 돌아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오이고추는 섬덕섬덕하고 입안을 푸르고 나는 방금 떠난 시인의 구절을 훔쳤다 너무 사랑해서 반복하는 입술의 윤기, 얼음을 띄운 콩국수가 두 접시 나오고 우리는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