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는 일을 좋아하시는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적 부터 꽃과 나무와 많이 친했던 나는 자연스레 관심도 많았고 (비록 한학년 동안이었지만 특별활동반으로 원예반을 했을 정도) 많은 종류의 식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한국으로 다시 들어가서야 알게 된 나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배롱나무이다. 그 특이한 수피와 수형은 눈길을 안 줄수가 없는데 왜 몰랐었을까. 중국남부 지방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한 나무이다. 아마 내가 자랐던 예전의 서울에서는 월동하기가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의 동네 공원에도 심어져 있는 배롱나무. 7월부터 9월까지 주름이 많은 작은꽃들이 포도송이 마냥 피어나는데 핑크빛이 도는 붉은 꽃과 흰꽃이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백일동안 핀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리우는 이 꽃은 사실 많은 꽃들이 한여름 내내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꽃이 드문 계절에 탐스럽게 피니 너무 사랑스럽다. 나무를 살짝 손가락으로 간지럼 태우듯 만지면 가지끝까지 떨린다고 하니 귀엽기까지 하다.
한국의 남도를 여행할때 많이 마주쳤던 배롱나무. 매봄 껍질이 벗겨지며 매끈한 수피로 변신하는 배롱나무는 선비들에겐 청렴의 상징이었고 스님들에겐 세속의 번뇌를 벗겨내는 의미로 주로 원림이나 사찰에 많이 심어졌다 한다. 사진은 어느 한여름 보성의 강골마을 입구에서 마주한 백일홍, 그리고 강진만이 내려다 보이는 백련사의 앞마당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배롱나무이다.
*찾아보니 미국에도 배롱나무가 있다! Crape Myrtle 이라 불리며 남동부지방에 분포되어있다고. 원산지가 중국, 한국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