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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ozco & Barragan

둘째 날 아침.  과달라하라 시내 워킹 투어가 끝난 후 가이드가 혹시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근처에 있는 오로스코의 벽화를 보러 가겠냐고 물어본다. 멕시코에서 3대 Mural 화가로 꼽히는 사람이  Diego Rivera, David Alfaro Siqueiros  그리고 Jose Clemente Orozco.  그중 오로스코는 Jalisco 州 출신으로 Guadalajara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났다. 

Jose Clemente Orozco (1883-1949)

 

그의 동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21세 때 폭죽을 만들다 사고로 왼손을 잃는다.  그럼에도 멕시코 3대 Mural 화가로 꼽힐 만큼 그는 천재적인 미술가였던 것.  이상하게 그는 그 명성에 비해 멕시코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나도 이 여행 전까지는 몰랐던 화가였다.  하지만 찾아보니 1927년부터 1934년까지 미국에 거주하면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Pomona College, 뉴욕의  New School University, 뉴 햄셔의 Dartmouth College에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참고로 San Francisco Art Insutitue에 가면 Diego Rivera의 벽화가 있다) 1920년대 초 시작된 벽화주의는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Jose Vasconcelos에 의해 주도되었고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정부청사나 학교 같은 공공기관에 공간을 제공하고 벽화를 그리도록 장려했다고 한다. (음... Mexican  Muralism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 짐) 여행 계획을 짤 때 Orozco의 벽화가 궁금했었기에 워킹투어가 끝난 후 남은 몇몇과 같이 Palacio del Gobierno de Jalisco에 있는 그의 벽화를 보러 갔다.

 

The People and Its Leaders (1935) @ Palacio del Gobierno de Jalisco, Guadalajara

 

정부청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천장에 그려져 있는 'The People and Its Leaders'란 제목의 벽화. 스케일과 색감 그리고 그가 담아낸 시대상으로, 보는 순간 압도당하고 만다. 지난 포스팅에 이 곳에서 미겔 이달고 신부가 노예제도 폐지령을 발표했다고 했는데 오로스코는 그 역사적인 장소에 멕시코 혁명의 리더였던 이달고 신부를 천장화로 그렸다. 3대 Mural 화가 중 유럽 화풍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기에 그는 아마 가장 멕시코적인 화가로써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인물이 된 게 아닐까.

 

사실 이번 여행에서 기대했던 것은 멕시코의 건축가로서 프리츠커상 두 번째 수상자인 Luis Barragan의 건축물들이었다. 그는 과달라하라 출신으로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그의 유명 건물들은 대부분 멕시코시티에 있는데 알아보니 현지의 건축가가 직접 설명해주는 워킹투어가 있다고 해서 오후엔 그 투어에 참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무리였던 스케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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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y projects by Luis Barragan

 

Modernist + Minimalist 건축에 원색과 빛의 사용으로 유명한 루이스 바라간이지만  과달라하라에 남아있는 그의 초기 작품들은  아직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구축되기 전의 것들이었다. 그 후 유럽으로 떠난 그는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Le Corbusier와 예술가이자 조경가인 Ferdinand Bac을 만나면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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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of Orozco by Luis Barragan

 

1931년 바라간은 뉴욕에서 오로스코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지어준 오로스코의 아틀리에가 워킹투어의 마지막 장소였다. 집 바로 맞은편에는 돈키호테의 다락방 (Libreria el desvan de Don Quijote) 이라는 이름의 작은 책방이 있는데 그 주인 할아버지는 책방 앞에서 열심히 설명해 주던 건축가 가이드와 설전을 펼치셨다. 집의 설계자는 바라간이 아니라 오로스코였다고... 그런 생각도 무리는 아닌 것이 바로 밑의 석판화를 보면 비슷한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Mexican Pueblo (1929), Lithograph by Jose Clemente Orozco (출처: www.moma.org)

 

Taos Pueblo, New Mexico - August, 2013

 

위의 사진은 6년전(!) New Mexico 여행 중 갔었던 Taos Pueblo의 집들.  Adobe양식으로 지어진 원주민들의 공동체 주거공간이다. 오로스코를 비롯한 Muralism 운동에 동참했던 예술가들은 아메리카 대륙 본연의 문화를 재평가하고 부흥시키려 했고 이것은 토착 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바라간이 오로스코의 아틀리에를 설계할 때 물론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겠지만 바라간 또한 Modernism에 멕시코 주거지의 토속적인 요소를 합한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간 것이다. (건축가 가이드는 책방 할아버지의 주장에 반대했다)

 

Casa Luis Barragan (1948), Mexico City (출처: www.casaluisbarragan.org)

 

 

여행 마지막 날, 오로스코의 대표작이 있다는 Museo Cabanas를 찾았다. 원래 이름은 Hospicio Cabanas. 1791년도에 설립된 기관으로 병원, 고아원, 빈민구호소가 같이 있던 이 건물은 1823년 완공된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는 이 아름다운 건물은 1997년 Unesco World Heritage Site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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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o Cabanas, Guadalajara - July, 2019

아이들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단층으로만 지었다는 이 건물 중앙에 들어서면 높은 돔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에 오로스코의 벽화가 있다. 운 좋게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영어로 설명을 해주던 도슨트에 의하면 Hombre de fuego (Man of Fire)란 제목의 돔안에 그려진 그림은 360도의 Perspective로 그려진거라며 오로스코는 르네상스맨으로 불리던 다빈치보다 천재라고 한다. (지극히 그의 사견인 듯) 내가 단테의 신곡 중 Inferno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니 그건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높은 천장으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살아래에서 보는 오로스코의 벽화는 정말 숨이 막힐정도로 특별했다. 이번 여행은 Museo Cabanas와 오로스코의 벽화만으로도 충분했던...

이렇게 마무리하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