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우리는 중학교도 같은 학교로 진학, 거의 매일을 붙어 다녔다. 하굣길엔 아지트와도 같았던 K양의 집에 들러 항상 너구리를 끓여 먹고 룰도 모르는 보드게임을 우리끼리 룰을 만들어 놀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보드게임은 Backgammon이었다) 친구의 큰언니가 구독하던 스크린, 학생잡지 등을 읽고... 같이 싸우고 울고 웃고 그렇게 사춘기를 보냈다. 그랬던 우리는 무슨 인연인지 셋 다 미국에서 살게 되는데 꼭 일 년에 한두 번은 DC에 사는 L양 집에서 모였었다. 그러다 내가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서 못 보다가 이번에 다시 뭉치기로 한 우리. 무려 5년 만이다! 다들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아 연휴를 이용해 샌프란시스코로 오겠다는 두 친구. 각각 따로는 와봤지만 이렇게 셋이 이곳에서 모이는 건 처음이라 근교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1. 공항에서 픽업하자마자 근처에 있는 In-N-Out에서 먹은 점심. 동부에는 없는 햄버거 가게인 데다 간단히, 빨리 먹기에 좋고 맛도 그만이다!
2. 연휴인데다 가는 동안 사고가 세 군데나 발생해서 트래픽이 너무 심했지만 표를 미리 사둔 덕에 가야만 했던 Monterey Bay Aquarium. 언제나 귀여운 해달과 신비한 해파리들이 반겨주는 곳. 정어리 통조림 공장 자리에 지어진 이 수족관은 해양 생물학 연구로도 유명한 곳이다.
3. 길에다 시간을 버리는 바람에 계획이 꼬여버렸기에 바로 Carmel Beach로 내려가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 하얀 모래밭에 앉아 노을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
4. 다음날 한결 여유롭게 Napa Valley로 올라갔다. 좋아하는 와이너리에서 치즈 안주에 wine tasting을 하고... 난 일일 운전수라 안주만 축냄. ^^;;
5. 뜨거운 햇살아래 이제 곧 수확될 포동포동한 포도들이 있는 포도밭을 둘러보고
6. 차이나타운이 유명한 샌프란시스코를 왔으니 저녁은 DIM SUM으로 ^^
7. 세쨋날 아침엔 금문교를 지나 Muir Woods로 하이킹을 갔다. 하늘 높이 솟은 Redwood Tree들이 향기롭게 맞아준다.
8. 돌아오는 길에 들른 Sausalito. 그곳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풍경은 정말 아름다운데 구름띠가 둘러져 있었다.
9. 저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Cioppino. 함께 주문한 해산물 파스타는 크림소스로. 친구들은 이번 여행에서 먹은 것 중 젤로 맛있었단다.
연휴 동안 알차게 샌프란시스코 근교로 여행을 다녀왔지만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더 많은 곳을 못 보여 준 것 같아 아쉽다. 매일 밤 수다 떨며 웃다가 잠들었기에 그들이 떠나고 나니 너무 조용한 집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
어째 이 여운이 오래갈 것만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