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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 - 京都 I

여행 둘째 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길을 떠난 이유는 후시미 이나리 기차역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 오래전 토론토 살 때 알게 된 그녀는 오사카 근교에 살고 있는데 내 여행 일정 중 이날밖에 시간이 안된다며 굳이 멀리까지 와주었다.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혼자가 아니었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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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himi Inari Taisha, Kyoto - January, 2019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는 '이나리'라는 곡식의 신을 모시는 신사이다. 그의 사신이 여우였기에 이곳엔 여우 동상들이 무지 많다. 이곳에 많은 것이 또 있는데 바로 붉은색의 토리이. 이름도 센본 토리이로 수천 개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성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기부하여 만드는 토리이는 뒤쪽에 보면 기부자의 이름 혹은 회사 이름들이 적혀있다.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두 시간가량 등산을 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우린 중간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함. ^^;; 재미있는 사실은 신사를 올라가다 보면 음식을 파는 곳이 있는데 메뉴가 이나리 스시 (유부초밥)와 기츠네 우동 (유부우동). 각각 음식 이름에 이나리 신과 기츠네(여우)가 들어가 있다. 이는 사신인 여우가 유부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사람들이 유부나 유부초밥을 만들어 받치면서 소원을 빌었던 것에 유래한 거라고.ㅎㅎ 약간의 등산 덕분에 출출해진 배를 위해 단짠의 진수, 미타라시 당고를 사 먹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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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n, Kyoto - January, 2019

숙소를 기온에 잡은 덕에 짐을 풀고 한가한 거리를 친구와 천천히 걸어다녔다. 기온은 교토의 대표적인 거리로 수많은 식당과 찻집 그리고 술집들이 밀집해 있지만 낮과 밤의 풍경이 너무나 다른 곳. 친구의 설명 덕에 게이샤 집 앞엔 그들의 이름들이 걸려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니다 발견한 작은 책방도 놓치지 않고 들어 가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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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of Fine Arts, Kyoto - January, 2019

오사카 출신의 안도 다다오는 교토에도 많은 건물을 설계하였는데 유명화가의 복제품을 전시해 놓은 야외 미술관, 예술의 정원은 1994년 완공되었다. 솔직히 미술작품보다는 폭포의 물소리와 완만한 경사로로 구성된 공간이 더 좋은 곳이다. 잠시 쉬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빵집에서 세트 메뉴 (커피와 오늘의 페이스트리)를 먹으면서 10여 년 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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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sendo, Kyoto - January, 2019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며 친구가 데리고 가 준 시센도. 에도시대의 문인이었던 이시카와 죠잔이란 사람이 출가 후 거처하였던 암자인데 그가 직접 만든 정원이 유명하다. 중국 시인 36명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방 안에서 보는 정원의 풍경이 멋지기에 액자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더욱 아름다울 정원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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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o - January, 2019

종일 가이드 해주느라 수고한 친구는 맛있는 나베요리 집에서 코스로 저녁까지 사주고는 오사카까지 돌아가야 하기에 서둘러 떠났고 난 마침 숙소 근처에 열린 동네 축제를 구경했다. 방금 저녁을 먹은 후라 길거리 음식은 그림의 떡.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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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tocho, Kyoto - January, 2019

좁은 골목길안에 수많은 식당과 바가 들어서 있는 폰토초. 스기다마가 걸려있는 사케바나 재즈바가 좋아 보였지만 미리 정해둔 곳이 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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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o - January, 2019

Gin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좋아하기에 진 전문 바를 찾아갔다. 칵테일 이름들이 재미있는데 대부분이 노래 제목. 난 Campari가 들어간 Step into the Realm 이란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했다. 들어갈 땐 손님이 나 밖에 없었는데 나올 땐 저 작은 공간이 손님들로 꽉 찬 걸 보니 나름 유명한 곳인가 보다. 밤길을 부지런히 걸어 다녔더니 아까 먹은 저녁이 다 소화가 된 듯. 숙소 앞에 봐 두었던 교자 집에서 1인분을 주문하고 교자와 궁합이 잘 맞는 맥주, 그것도 산토리 생맥주 한잔과 함께 여행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