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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時代

어느 햇살 좋은 날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이문재
제 47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바보 성인에 대한 기억> 中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은
그늘에 가려져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아닐까
이제껏 認知하지 못한 게 마음 아픈

항상 옆에 있을 것 만 같았던 사람이
당연한 줄 알았던 보통의 일상이
예전엔 미처 몰랐던 소중함으로 다가올 때

지금 그런 시절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