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 후 3년 만에 다녀올 수 있었던 세도나. 그 두 번째 이야기.
Da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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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아이들을 깨우고 챙기느라 자연히 이번 여행의 아침 담당은 내가 되었다.
식빵을 버터에 굽고 아이들의 요청대로 계란요리는 스크램블로, 다만 양파와 토마토를 넣어서 영양을 보충했다.
잼을 덜고 딸기랑 라즈베리 씻어서 볼에 담고 커피를 내리고 오렌지 주스를 잔에 따라 식탁에 세팅하면 이게 바로 American Breakfast.
사실 어제 오후 숙소로 돌아와 폭풍검색으로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오늘 아침 우리가 가려는 Devil’s Bridge는 인기 코스인 데다 특히나 시작점인 Dry Creek Trailhead의 주차 공간이 협소해서 아침 7시 전에 가는 것을 추천했다.
아니면 또 다른 방법으로 Mescal Trailhead가 그나마 주차 여건이 좀 더 낫고 트레일도 더 아름답다고 해서 오늘의 하이킹은 Mescal Mountain Trail - Devil’s Bridge Trail의 코스로 결정했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Mescal Trailhead에 도착하니 오전 7시 반이었다. 다행히 주차공간이 두 곳이 남아 있어 재빠르게 주차.
기분 좋게 하이킹을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 시냇가에 도착하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물이 불어나 신발을 벗고 건널 수밖에 없었다. 보통 때 같으면 돌 위를 밟고 건너면 되는 것 같은데 그동안 비가 많이 내린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깊이가 발목 조금 위의 높이다. 이번엔 수건도 챙겼기에 망설임 없이 건넜다. 아이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하이킹 코스는 어렵지 않았지만 끝부분에 높은 경사의 바위스텝들을 기어가다시피 올라야 하는 구간이 있었다. 이 부분만 올라가면 기다리던 Devil’s Bridge가! 경이로운 자연경관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 풍경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왔다.
Devil’s Bridge를 추천해 주신 분께는 무한한 감사를.
하이킹으로 지치고 어느새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파진 우리는 Mexican 식당을 찾아갔다.
타코, 브리토, 케사디야, 수박주스 등을 시켰는데 멕시칸 음식이 처음인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다. 뭐든 잘 먹는 아이들은 먹는 모습만 봐도 이쁘다.
좀처럼 보기 힘든 하리토스 구아바 맛도 있길래 세병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의 강행군도 있었고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하이킹을 다녀온 데다 또 시차 때문에 밤에 제대로 못 잔 친구들과 아이들은 낮잠을 자고 나도 충전모드로.
오후의 일정은 오프 로드 지프 투어였다.
울퉁불퉁 바위길을 차로 올라가는데 심하게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트랙킹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도 멋졌고 때마침 지는 해에 붉게 물든 Rock들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센스 있는 가이드는 오프로드가 끝나는 지점에 차를 잠깐 세우고 지는 해를 볼 수 있게 배려도 해 줌.
하이킹과 지프투어로 하루를 꽉 채운 세도나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친구가 만든 나폴리탄 스파게티.
DAY 4
3박 4일 동안 지냈던 숙소. 이번 여행의 최대 난제는 숙소 구하기였는데 다행히 누군가 취소했던지 막바지에 리스트에 올라온, 로케이션도 좋고 6개의 침대가 있는 곳을 구할 수 있었다.
세도나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는 냉장고 털기로 만들어 낸 American Breakfast.
원래는 일찍 피닉스로 떠나는 계획이었지만 친구들이 Vortex의 기운을 받고 싶다 하여 체크아웃을 일찍 하고 Airport Mesa에서 세도나에서의 마지막 하이킹을 하였다.
Sedona View Trail을 걷다 보면 맞이하는 멋진 세도나 마을의 풍경과 그 뒤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Rock들.
Airport Mesa Summit까지 올라 Vortex의 기운을 잔뜩 받으면서 이 아름다운 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Sedona와 작별을...
세도나를 서둘러 떠난 이유였던 Desert Botanical Garden. 내가 선인장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온 친구들과 아이들에게도 좋은 구경이 될 것 같아 공항 가기 전 들렀다.
총 4천여 종류의 선인장이 있다는데 동글동글 귀여운 키 낮은 선인장부터 건물 높이만 한 선인장까지 많은 종류의 선인장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가든 곳곳에 Rotrout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지난겨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온 Yves Klein의 부인이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모두 같은 비행기로. 그들에게는 미국에서의 두 번째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로드 트립에 함께 한 SUV. 7인승이라지만 짐 넣을 공간이 없어 애를 먹었다. 그 점만 빼면 4일 동안의 운전 중 그렇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여담이지만 첫 미국여행이었던 아이들에게 제일 큰 문화 충격은 앉을 때마다 차가워서 놀랐다던 토일렛. 맞다, 일본의 토일렛은 열선이 있어 따뜻하다. 비데가 없는 것도 충격이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