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서의 마지막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친구의 결혼식은 오후였기에 오전에 가보고 싶은 곳을 들렀다 가려고 일찍 서둘러 나왔다.
베를린에서 일부러 와 준 친구 K를 어제 하루만 보고 헤어지기 아쉬웠는데 어젯밤 같이 만난 친구의 사촌이 아침식사에 초대해 주었다. 덕분에 오전의 목적지에 가기 전 그녀의 집에서 비엔나식 아침을 먹으며 친구를 한번 더 볼 수 있었다. 다음엔 우리들의 중간지점인 뉴욕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쉬운 이별을. (그 후로 팬데믹이 시작되어서 그 약속은 아직 이행하지 못했다)
비엔나 내 맘대로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비엔나 중앙묘지였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이 묘지엔 유명한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다. 1874년 오픈한 중앙묘지는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1881년 그 당시 시장이었던 칼 뤼거가 유명인들의 이장을 추진, 비엔나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치가, 음악가, 작가들을 중앙묘지로 옮겨와 현재는 매년 200만 명의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던 중앙묘지에서 천천히 음악가의 묘들을 둘러보다 다시 모차르트의 묘에 왔을 때 어느 분이 빨강장미를 놓는 모습을 보았다. 안타깝게도 모차르트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기에 행방을 찾을 길 없어 이 묘는 그의 시신이 없는 가묘이다.
중앙묘지 안에는 성 카를로 보로메오 성당이 있다. 아르누보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의 내부는 간결한 디자인이 아름다웠다. 무늬만 카톨릭 신자이긴 하지만 촛불 봉헌도 하고 기도도 드리고 잠시 앉아있다 나왔다.
넓디넓은 이 중앙묘지 안에는 유명인사들의 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가족묘들 포함 약 33만 개의 묘가 있는데 비석들이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멋진 묘들도 있지만 이름 없는 사람들 혹은 돌보는 사람이 없는 묘들도 있다. 이 Old Jewish Section은 왠지 모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만큼 깊은 인상을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향한 곳은 이번 여행의 이유였던 친구의 결혼식. 신랑이 어릴적 다녔다던 성당은 한적한 동네에 있었다. 너무나 이쁘고 행복해 보이는 친구 B를 보니 멀리서 온 보람을 느꼈다.
비록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스케줄이었지만 밤 늦게까지 파티에 남아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첫 비엔나였던 이번 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이렇게 또 간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