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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유럽 - Vienna IV

이틀간의 나 홀로 여행을 끝내고 오늘은 베를린의 친구를 만나는 날.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베를린에서 비엔나까지 나를 보러 와 주었다. 상하이 출장 후 서울의 우리 집에서 며칠 지내다 간 게 2016년 겨울이었으니 거의 3년 만에 보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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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Brot, Vienna - September, 2019

친구가 고른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나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마침 어제 돌아다니다 발견하고 가보려고 찜 해 두었던 곳과 같은 카페였다. 역시 우리의 취향은 비슷. ㅎㅎ 친구는 아침 빵 세트와 커피를, 난 아보카도 토스트와 라테를 시켰다. 빵집답게 빵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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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vedere Palace, Vienna - September, 2019

수다를 떨며 아침을 먹은 후 향한 우리의 첫 번째 행선지는 Belvedere Palace. 바로크 양식의 궁전과 정원이 아름다운 곳으로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18세기 초 공사를 시작하여 여러 해에 걸쳐 지어진 벨베데레 궁은 사보이의 왕자 외젠 공의 여름 별장으로 지어졌다. 당대 잘 나갔던 장군의 별장답게 실내는 화려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절제미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공간은 Open Cabinet West로 (네 번째 사진)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네아스의 이야기가 Grotesque Painting 스타일로 그려져 있는데 아마 전쟁에서 많은 승리를 한 외젠 공이 그 신화를 좋아했던 모양. 이 방에 Jonas Drentwett이 그려놓은 문양들은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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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Klimt @ Belvedere Palace - September, 2019

벨베데레 상궁 (Upper Palace)에는 그 유명한 Klimt의 The Kiss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 중세부터 비엔나 모더니즘에 이르는 작품들을 볼 수 있지만 그중 클림트의 작품들을 추려 보았다.

1. Sonja Knips, 1897/1898
2. Fritza Riedler, 1906
3. The Kiss (Lovers), 1908
4. Forester’s House in Weisesnbach on the Attersee 1, 1914
5. Cottage Garden with Sunflowers, 1907
6. The Bride, 1917/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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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es Cafe, Vienna - September, 2019


상궁과 정원을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 우리는 벨베데레 궁을 나와 Innere Stadt (비엔나 1구) 쪽으로 걸어 Kleines Cafe를 찾아갔다. Old Town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안쪽에 작은 광장처럼 조성된 곳에 자리한 이 카페는 집시 여인이 셀린의 손금을 봐주던 장면으로 영화 Before Sunrise에 나왔던 장소이다. 카페 이름이 말해주듯 실내는 작은 공간이지만 실외의 테이블에 앉아 주변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참 매력적인 곳. 늦은 점심으로 아인슈페너와 오픈 샌드위치를 먹으며 가을 오후의 한가로움을 잠시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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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al Saving Bank, Vienna - September, 2019

카페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비엔나 근대 건축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오토 바그너의 빌딩, Postal Saving Bank를 보러 갔다. 은행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고 일반 공개는 은행 메인홀만 하고 있었다. 8층의 거대한 건물은 블록 하나를 차지하는데 1904-1906년, 1910-1912년 이렇게 두 번의 phase를 걸쳐 공사를 하여 완공하게 된다. 실내의 메인홀은 아치형의 유리천장으로 자연광이 들어오고 바닥 또한 유리 블록으로 되어 있어 지하의 공간에도 자연광이 비출 수 있게 하였다. 그 밖에 그 당시에는 새로운 산업재료였던 알루미늄, 리놀리움 같은 재료들을 사용하여 실용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을 꾀하였다. 바그너는 이 프로젝트의 모든 도면을 직접 그리고 라디에이터부터 가구, 문고리까지 직접 디자인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디테일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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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llamssteg Bridge, Vienna - September, 2019

Otto Wagner의 건물을 나와 근처의 작은 카날을 따라 걷다 보니 처음 와 보는 곳이지만 눈에 익은 다리가 보인다. 다리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의 Tote Bag에 보이는 Alt & Neu 로고! 제시와 셀린이 같이 Kath Bloom의 Come Here를 들었던 (나의 최애 장면) 레코드 가게의 로고이다. 이 다리는 영화 전반부에 제시와 셀린이 두 연극배우를 만나는 장면을 찍은 장소. 저 두 사람도 분명 Before Sunrise의 팬인 것이다. Alt & Neu는 내 리스트에도 있었지만 동선에 맞지 않아 이번 여행에선 가 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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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hutta, Vienna - September, 2019

저녁엔 비엔나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사촌이 미리 예약해 둔 Plachutta 레스토랑에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을 먹으러 갔다. 퇴근 한 친구의 사촌도 합류, 셋이 Tafelspitz라는 이름의 음식을 먹었다. 각종 야채와 소뼈로 끓인 육수에 소고기 엉덩이살을 넣어 익힌 후 먹는 음식으로 맑은 수프를 먼저 먹고 그 후 고기를 감자랑 소스와 함께 먹는데 뭔가 고급진 갈비탕 느낌? 유명한 레스토랑답게 가격이 착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먹어 볼 만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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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s American Bar, Vienna - September, 2019

저녁 식사 후 찾아 간 Loos American Bar. Adolf Loos가 디자인하고 1908년에 지어진 이 작은 바는 빈 분리파의 양식을 잘 보여주는 비엔나의 랜드마크이다. 19세기 말 여전히 고전주의, 역사주의를 쫒는 비엔나 미술, 건축계에 반발해 클림트, 올브리히 등을 주축으로 시작된 빈 분리파는 미술계는 자유를 건축, 디자인계는 실용성을 바탕으로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조화를 꾀했다.


True beauty lies in function - Adolf Loos

 


천정과 바닥을 검정 오닉스와 대리석으로 마감해 한층 더 어두워진 실내를 벽에 거울을 대어 실제보다 공간을 넓게 보이게 했다. 전체적인 바의 분위기가 마치 Single Malt Whiskey를 그것도 on the rocks가 아닌 neat으로 마셔야 할 것 같았지만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이 유명한 바의 분위기를 즐겼다. 이날 밤 바에서 흘러나온 음악 중 하나는 Clifford Brown의 De-Dah.

 

De-Dah by Clifford Brown (1953)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본 밤의 슈테판 대성당은 조명을 받아 낮과는 또 다르게 아름다웠다. 이제 내일 하루 남은 나의 비엔나 일정은 이번 여행의 목적, 친구의 결혼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