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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後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 중 하나였던 나가사키는 에도 시대에 유일한 국제 무역항이 있었던 이유로 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교류가 일찍부터 활발했는데 포르투갈어인 팡(Pão)이 일본에 그대로 남아 팡이 되고 한국에 와서 빵이 되었다. 나가사키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카스텔라도 포르투갈어로 Pão de Castela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카스텔라로 유명한 나가사키의 빵집, 후쿠사야에서 나온 DIY 모나카는 친구가 여행 갔다 사다 준 선물이다. 팥순이인 내가 좋아하는 모나카에 하겐다즈 그린티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먹으니 유명 일식집의 디저트 못지않다.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넘쳐나는 수많은 커피집들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것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겠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유명한 블루바틀커피는 얼마 전 명동 매장이 새로 생겼는데 작은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곳이다. 명동점에서만 판매하고 있다는 화이트모카 강냉이는 단짠의 조화가 아주 좋다. 같이 마신 커피는 가나자와에서 물색해 찾아 간 커피로스터의 과테말라 産 게이샤 빈으로 내렸다.


 

가나자와는 리틀교토라 불릴 만큼 옛 정취가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문화예술의 도시이다. 특히 다도문화와 금박공예등으로 유명한데 가나자와 지방의 번주(藩主)였던 마에다 가문이 전통문화를 장려하고 발전시켜서라고 한다. 이 마에다 가문의 문장이 매화인데 그래서인지 일본의 설날에만 잠깐 나온다는 후쿠우메(福梅)는 매화모양의 모나카이다. 또 다른 가나자와의 특산품은 가가보차(加賀棒茶)라고 불리는 진한 맛의 호지차이다. 이번 여행에 처음 마셔봤는데 스모키 한 향의 차맛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녹차 잎이 아닌 녹차나무의 잔가지를 볶아 만든 차라는 점.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 시간들을 추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그 지역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잔상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홍차와 함께 마들렌을 먹으며 그 향과 맛에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