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 겨울 詩 둘 밤의 발자국 저녁내 펑펑 눈 쏟아지고 깊은 밤 보안등 불빛 아래 나무들 분분 꽃 날리고 그네도 벤치도 땅바닥도 하얗게, 하얗게 덮인 놀이터 왔다가 돌아간 작은 발자국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보다 먼저 다녀간 고양이 황인숙 中 몇년 전 우연히 재건축을 앞둔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내 길고양이들을 위한 뱃지를 산 적이 있다. 올 봄, 영화 (2001), (2012)를 만든 정재은 감독이 철거 공사 직전인 2019년 12월까지 2년여 동안 길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위한 모임 "둔촌냥이"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를 개봉했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둔촌 주공아파트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2018)이란 다큐를 보면서 오랜 세월, 많은 추억과 정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 아름다워 한번 .. 더보기 마음 망설이는 마음 때로 그 강은 마음속 강이 되어 혹은 마음의 혹은 마음속과 마음의 그 강둑은 눈이 내리고 물과 기슭 사이로 밀물 썰물은 어두운 테두리를 떨구고 그래서 망설이는 마음은 그 물결을 보고 알아챈다 그것이 발견하게 될 어떤 유사성을 - 복잡한 어떤 이미지: 그 너머 거뭇한 사유의 끈으로 고정된 하얀 널판들의 어떤 것, 그래 저 너머 재빠르게 흘러가는 물의 움직이는 형상들, 그 전에 물결은 바뀔 것이고 다시 일어나겠지, 아마도. 윌리엄 칼로스 윌림엄스 中 The Mind Hesitant Sometimes the river becomes a river in the mind or of the mind or in and of the mind Its banks snow the tide falling a d.. 더보기 이 여름 노래 둘 집 창문을 통해 매일 보던 한강 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던 강, 하늘, 구름, 나무들 덕분에 빡빡했던 서울 생활을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여름의 소낙비가 그립다. 빗소리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다 비멍 하던 순간도 장화를 신고 빗길을 첨벙첨벙 걸어다니던 것도 비 핑계로 약속을 잡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도 이젠 다 두고 온 기억들... Somthing New by Anthony Lazaro & Sarah Kang (2021) 뭔가 사랑스러운 가사와 함께 듀엣의 달콤한 노래를 듣다 보면 열대야로 힘든 한국 여름밤의 열기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계 미국인인 Sarah Kang은 싱어송라이터로 Jazz, Pop, R&B 등 여러 장르의 노래를 발표해 오고 있다.. 더보기 이 여름 詩 둘 호우주의보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꼭 오래전 누군가에게 받은 용서 같았다 이발소에 처음 취직했더니 머리카락을 날리지 않고 바닥을 쓸어내는 것만 배웠다는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미인은 내가 졸음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미인이 새로 그리고 있는 유화 속에 어둡고 캄캄한 것들의 태(胎)가 자라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들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박준 中 몇 년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 살다 보니... 몇 켤레 있는 장화는 신을 일이 없다 우산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비 핑계 대고 막걸.. 더보기 이 겨울 詩 둘 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구인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 더보기 이 겨울 전시회 둘 국제 갤러리에서 열렸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전. Maman이라는 거대한 거미 조각품 시리즈로 유명한 그녀의 개인전인데 특이하게도 판화 위주의 전시였다. “… 1920년대 후반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던 젊은 시절의 부르주아는 당시 유칼립투스를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로써 유칼립투스는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상징하게 되었고, 특히나 작가의 노년기에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모성 중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더 나아가 유칼립투스는 작가의 추억 기제를 촉발하고 과거를 현재로 소환해낼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지닌 힘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기도 하다 (작가는 생전 스튜디오를 정화 및 환기 시키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태우곤 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삶 곳곳에서 실질적,.. 더보기 이 겨울 사진전 둘 보고 싶은 전시회가 유난히 많은 이번 겨울 그 중 다녀 온 두 사진전의 기록 Yosigo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 그라운드 시소 서촌 Saul Leiter 사진전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 Piknic 짧은 감상: 굳이 더 좋았던 전시를 꼽으라면 디지털 감성의 요시고의 사진들 보단 아날로그 감성의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이 더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인원제한을 더 확실하게 한 피크닉의 전시장에서 보다 여유롭게 전시회를 즐기 수 있어서 더욱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림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그라운드시소 서촌도 전시장의 규모와 동선의 문제로 전시를 편하게 감상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건물의 야외 Atrium은 정말 맘에 듬. New York State of Mind (1982) by Mel .. 더보기 가을의 무늬 이 가을의 무늬 아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들어 있었는지 우는 얼굴을 안아주던 손이 붉은 저녁을 따른다 지난여름을 촘촘히 짜내던 빛은 이제 여름의 무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올해 가을의 무늬가 정해질 때까지 빛은 오래 고민스러웠다 그때면, 내가 너를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너를 조금씩 읽어 버렸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순간 너를 절망스런 눈빛의 그림자에 사로잡히게 했다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순간 세계는 뒤돌아섰다 만지면 만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검푸른 짐승의 울음 같았던 여름의 무늬들이 풀어져서 저 술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무늬의 시간이 올 때면. 너는 아주 돌아올 듯 망설이며 우는 자의 등을 방문한다 낡은 외투를 그의 등에 슬쩍 올려준다 그는 네가 다녀간 걸 눈치챘을까? 그랬을 거야, 그랬을 거야.. 더보기 人生의 冊, 青春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The Stranger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가시게 해 주었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그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렇게 나와 닮아서 마침내는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덜 외롭게 느껴지도록,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며 하는 것뿐이었다." "And I felt ready to live it all again too. As if that blind rage had washed me cle.. 더보기 나무 조용한 이웃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는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닥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황인숙 中 변이가 확산되면서 감염자 수가 다시 늘고 있다. 하루에 두어 번 산책하는 시간 외엔 다시 외출 자제 모드에 돌입. 창가에 앉아 세상 구경하는 고양이처럼 바깥과의 연결고리가 창문을 통해 보는 풍경이 거의 전부인 요즘이다. 바람의 기분에 따라 다른 춤을 추는 나무, 해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 더보기 Memories 지나간 일, 사람, 지식 등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생각해 내는 것을 ‘기억하다’라고 한다 그 기억들 중에는 저장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기억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 가장 가슴 아프게 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Directed by Michel Gondry) 이별의 슬픔을 잊고자 그 사람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지만 그럼에도 다시 만나게 되는 연인의 이야기 반대로 잊으면 안되는 기억을 붙잡아야 하는 주인공의 사투가 -그리고 그 연출 방법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영화 ‘Memento’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자신의 상태를 이용, 기억을 왜곡한다는 .. 더보기 이전 1 2 3 4 5 ··· 9 다음